앤트로픽, 11개사와 중요 인프라 OT 방어 프로그램 출범…AI 전선 산업제어로

앤트로픽이 전력망과 상수도, 공장, 교통망을 움직이는 운영기술(OT) 보안에 최상위 인공지능 모델과 현장 엔지니어를 투입한다. 취약점 탐지를 넘어 실제 산업설비에서 안전하게 검증하고 수정하는 단계로 AI 보안 경쟁이 이동하고 있다.

앤트로픽은 8일 ‘사이버 미션’을 출범하고 첫 사업으로 중요 인프라 방어 프로그램(CIDP)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참여 업체에는 최상위 클로드 모델과 앤트로픽 현장 엔지니어, 위협 분석 자료가 제공된다.

창립 파트너는 액센츄어, 부즈앨런,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딜로이트, 드라고스, 히타치, 인세인사이버, 노조미네트웍스, 팔로알토네트웍스, PwC, 로크웰오토메이션 등 11개사다.

구성에는 이유가 있다. 액센츄어·딜로이트·PwC 등은 운영사의 보안체계를 설계하고, 드라고스·노조미네트웍스 등은 산업망을 감시한다. 히타치와 로크웰오토메이션은 제어장비를 직접 만들고 수정할 수 있다.

앤트로픽이 클로드를 발전소 제어망에 직접 연결하는 구조는 아니다. 기존에 운영사의 신뢰를 받는 시스템통합·보안·장비업체의 제품과 서비스에 AI를 결합해 취약점 탐지와 수정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여러 파트너가 이미 클로드로 취약점을 수정하고 고객사의 대응을 돕고 있다고 회사는 밝혔다. 다만 적용 시설과 발견 건수, 실제 수정 성과, 제공 모델명과 비용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안전하게 시험한 패치를 가동 설비에 어떻게 적용할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OT는 일반 사내 정보기술(IT)과 조건이 다르다. 제어기와 산업용 네트워크는 수십 년 동안 가동되고 독점 장비와 오래된 소프트웨어가 섞여 있다. 보안 패치 하나를 설치하려고 발전소나 생산라인을 임의로 정지하기도 어렵다.

잘못된 수정의 결과도 데이터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공정 중단과 장비 파손, 전력·용수 공급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히타치는 장시간 정지를 감수하기 어려운 중요 인프라 특성 때문에 패치 적용이 제한된다며, 클로드를 보안업체와 시스템통합업체의 제품·서비스에 결합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은 앤트로픽이 지난 4월 시작한 ‘프로젝트 글래스윙’에서 얻은 교훈을 반영해 별도로 출범한 후속 사업이다. 글래스윙은 10월 6일 확대된 사이버 검증 프로그램(CVP)에 통합됐다. 앤트로픽 자체 집계에 따르면 참여사들은 4월부터 7월까지 검증된 소프트웨어 취약점 12만9000건 이상을 찾았다. 여기에 앤트로픽 자체 스캔으로 확인한 5500건을 합친 취약점 가운데 3만3000건 이상이 심각(Critical)·높음(High) 등급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이 수치는 파트너 보고 33건과 앤트로픽의 오픈소스 파트너십 자료를 합산한 결과다. 업체마다 취약점 선별·분류 방식이 달랐고 실제 패치 건수를 공개한 곳도 절반에 못 미쳤다. 앤트로픽 역시 취약점 발견량은 늘었지만 사이버 위험을 충분히 낮추지는 못했다고 인정했다.

병목이 탐지에서 검증과 우선순위 결정, 수정으로 옮겨간 것이다. OT에서는 여기에 장비업체의 승인과 공정 안전성 검증, 정비 일정까지 필요하다. AI가 취약점을 더 빨리 찾을수록 현장이 처리해야 할 후보도 함께 늘어난다.

앤트로픽이 AI 연구소끼리 경쟁하는 대신 산업 보안업체와 장비업체를 묶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산업제어 보안에서는 모델 점수보다 누가 장비 내부를 이해하고, 수정 권한을 보유하며, 생산을 멈추지 않고 패치를 배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OT 보안업체 드라고스는 산업망의 차이를 물리적 결과와 수십 년 된 장비, 즉시 패치하거나 재부팅할 수 없는 시스템으로 정리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결과도 자동 제어가 아니라 탐지 기술과 엔지니어링 지침, 공동 위협정보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무인 AI가 발전소와 공장을 방어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앤트로픽은 우선 소수 파트너와 실효적인 적용 방식을 찾겠다고 선을 그었다. 특정 시설 배치와 독립적인 성능 검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경쟁의 축은 분명히 달라졌다. 취약점을 많이 찾는 모델에서, 발견한 결함을 실제 설비에 사고 없이 반영하는 운영체계로 넘어가고 있다. 산업제어 보안에서 AI의 승부처는 공격 코드를 얼마나 잘 만드는지가 아니라 물리적 공정을 멈추지 않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느냐가 될 전망이다.

오윤성

오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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