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위로 생성된 마인크래프트 세계에서 구글 딥마인드의 범용 코딩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네 대가 27시간 14분 만에 엔더 드래곤을 쓰러뜨렸다. 연구진이 역할이나 게임 공략을 지정하지 않았는데도 에이전트들은 일을 나누고 실패 원인을 공유하며 동료의 유실 아이템을 회수했다. 승리까지 처리한 13억5000만 입력 토큰과 605차례 사망은 장기 AI 협업의 가능성과 비효율을 함께 보여준다.
구글 딥마인드의 막상스 팔도르, 사틴더 싱, 로베르타 라일레아누 연구진은 15일(UTC 기준) 공개한 arXiv 프리프린트에서 이같이 밝혔다. 실험은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 1.20.4의 ‘쉬움’ 난이도에서 진행됐으며 치트 명령과 사전 탐색된 시드는 사용하지 않았다. 여기서 완주는 게임 콘텐츠 100% 달성이 아니라 메인 보스인 엔더 드래곤 격파를 뜻한다.
네 에이전트는 각각 별도 클라우드 머신에서 실행됐고, 다섯 번째 에이전트는 게임에 참여하지 않은 채 부정행위와 인프라 이상을 감시했다. 연구진은 실시간 대시보드로 세션을 중단할 수 있었지만 전략에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승리 전까지 작성·실행된 자바스크립트 프로그램은 2783개였다.
다만 이들은 사람처럼 화면을 보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한 것이 아니다. 에이전트가 오픈소스 봇 라이브러리 ‘마인플레이어’용 코드를 작성하면 위치·체력·인벤토리·주변 블록 등이 텍스트로 돌아오는 구조였다. 마인플레이어는 단단한 암석 뒤 블록과 드래곤의 내부 상태까지 알려줬고, 경로 탐색 플러그인이 장애물을 피해 이동할 길도 계산했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시각 기반 게임 실력보다 장시간 이어지는 코드 작성·계획·기억·복구 능력을 시험한 데 가깝다. 화면을 직접 인식하고 키보드·마우스로 움직이는 구글의 SIMA 2와도 과제 조건이 다르다.
협업 자체는 구체적으로 관찰됐다. 시작 10분 만에 한 에이전트가 역할 분담을 제안했고, 네 에이전트는 승리 전까지 229개의 채팅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 가운데 173개에는 정확한 좌표가 담겼다.
한 에이전트는 서로 다른 두 지점에서 ‘엔더의 눈’ 궤적을 50밀리초 간격으로 측정해 요새 위치를 계산했다. 실제 포털 방과의 오차는 43m였다. 다른 에이전트가 포털을 여는 아이템 12개를 지닌 채 익사하자 동료들이 좌표와 소멸 시각을 전파했고, 세 번째 에이전트가 소멸 2분 30초 전에 전부 회수했다.
에이전트들은 실행 사이에 42개의 자체 헬퍼 함수를 유지했다. 한 에이전트가 발견한 마인플레이어 제작 기능의 특이 동작을 피하는 헬퍼 함수는 네 에이전트가 작성한 655개 프로그램에서 재사용됐다. 실패를 팀의 공용 규칙과 재사용 가능한 코드로 바꿨다는 점이 이번 실험의 가장 선명한 성과다.
그러나 협업 환경까지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은 아니다. 프롬프트는 처음부터 네 명이 한 팀이라는 사실과 업무 분담을 스스로 결정하라는 지시를 담았다. 재사용 도구를 만들고 교훈을 공유 메모리에 기록하라는 일반 지침도 제공됐다. 자발적으로 형성된 것은 역할의 내용이지 채팅·공유 메모리 같은 협업 기반 자체가 아니다.
승리까지 네 에이전트가 처리한 입력은 약 13억5000만 토큰이었다. 이 가운데 91%는 컨텍스트 캐시에서 읽었으며, 출력은 사고 토큰 400만 개를 포함해 약 1600만 토큰이었다. 모델 호출은 약 2만4000회로 집계됐다.
논문이 구글 공식 API 요금에 대입한 비용은 출시 기념가 기준 520달러, 정상가 기준 1040달러다. 16일 한국은행 ECOS 환율인 달러당 1348.5원을 적용하면 각각 약 70만원과 140만원이다. 관찰자와 승리 후 하루간의 활동까지 포함한 전체 세션은 각각 약 109만원과 218만원으로 추산됐다.
13억5000만 입력 토큰 전부가 비캐시 입력으로 처리·과금된 것은 아니다. 캐싱이 현금 비용을 크게 낮췄지만 이 수치는 공개 정가와 토큰 카운터로 계산한 추정액이다. 클라우드 머신과 게임 서버, 연구개발 인건비, 구글의 실제 모델 서빙 원가는 포함하지 않았다.
운영 효율은 아직 낮았다. 프로그램의 22%가 오류로 끝났고 에이전트들은 몬스터에게 351번, 드래곤에게 69번 죽는 등 총 605번 사망했다. 엔드 지역에 진입한 뒤 마지막 전투에만 약 14시간을 썼으며 서버도 여섯 차례 재시작됐다.
연구진의 ‘최초’ 주장도 조건부다. 논문은 인간이 작성한 고수준 도구 37개를 사용한 단일 에이전트와 고정된 스피드런 시드에서 작동한 별도 시스템이 앞서 엔더 드래곤을 격파했다고 적었다. 이번 기록은 표준 마인플레이어와 무작위 월드를 사용하고 별도의 인간 제작 게임 도구를 제공하지 않은 조건에서의 첫 종단 간 완주라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실험은 연구진이 처음 실행한 한 차례의 성공 사례다. 같은 시간·토큰 예산을 받은 단일 에이전트 비교군이나 채팅·공유 메모리를 제거한 대조 실험이 없다. 네 대의 협업이 한 대보다 우수하거나 비용 효율적이었다고 결론 내릴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이번 실험의 의미는 AI가 게임을 능숙하게 했다는 데보다 하루 넘게 상태를 이어가며 대량의 실패를 복구했다는 데 있다. 반대로 현실의 기업 시스템에서는 22%의 실행 오류와 수백 번의 실패를 무제한 허용하기 어렵다. 장기 에이전트의 평가는 완주 여부뿐 아니라 반복 성공률, 성공 한 건당 비용, 재시도 횟수와 되돌릴 수 없는 오류까지 함께 측정해야 한다.
구글은 최근 아르곤을 복잡한 소프트웨어 공학과 자율 다단계 에이전트용 모델로 내세워 전 세계에 순차 출시했다. 마인크래프트 실험은 아르곤이 잘 설계된 샌드박스에서 장기 계획과 복구를 이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업무에서도 같은 수준의 신뢰성과 효율을 확보했는지는 반복 실험과 현실 과제 검증이 필요한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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