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네덜란드 첨단 패키징 장비 기업 베시(BE Semiconductor Industries) 지분을 9%에서 약 20%로 늘리는 계약을 맺었다. 현재 지분을 두 배 넘게 확대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3차원 반도체용 하이브리드 본딩 협력을 자본으로 한층 단단히 묶는 행보다.
어플라이드가 2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8-K 공시에 따르면 회사는 베시 주식을 추가 취득하는 가속 주식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주식 인도가 끝나면 기존 보유분을 합쳐 베시 발행주식의 약 20%를 갖게 된다.
거래는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 주식 인도에는 미국 하트-스콧-로디노(HSR) 반독점법상 대기기간 만료 또는 조기 종료가 필요하다. 거래가격과 추가 매입 수량, 매도 상대방, 완료 예상일은 공개되지 않았다.
네덜란드 금융시장청(AFM) 대량보유 등록부에 기록된 어플라이드의 기존 지분은 730만3206주로 자본과 의결권의 각각 9.00%다. 어플라이드 유럽 법인을 통해 간접 보유하고 있다.
전략 변화도 눈에 띈다. 어플라이드는 2025년 4월 시장 거래를 통해 지분 9%를 처음 확보하면서 추가 매입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약 18개월 만에 보유 비중을 두 배 이상 높이기로 방침을 바꿨다.
다만 어플라이드는 이번 투자를 장기 투자로 규정하면서 약 20%를 넘어 지분을 더 늘리거나 베시 이사회에 진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경영권 확보보다는 기술 로드맵과 공동개발 관계를 강화하는 데 무게를 둔 구조다.
양사의 협력은 2020년 시작됐다. 싱가포르에 하이브리드 본딩 공동개발센터를 세우고 어플라이드의 식각·평탄화·증착·세정·계측 기술과 베시의 고정밀 다이 배치·본딩 기술을 결합했다. 이 협력은 2025년 통합형 다이-투-웨이퍼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키넥스’ 공개로 이어졌다. 어플라이드는 이를 업계 최초의 통합형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베시 공동개발 발표, 키넥스 발표.
이달 1일에는 베시가 어플라이드의 미국 실리콘밸리 EPIC 센터에 혁신 파트너로 합류했다. 협력 범위도 하이브리드 본딩에서 열압착 본딩(TCB), 차세대 3D IC, 로직·메모리 통합, 다이-온-다이와 다이-온-패널 플랫폼으로 넓어졌다. 지분 확대 발표는 이 같은 파트너십 확장 25일 만에 나왔다.
수요도 본격화하고 있다. 베시는 지난 22일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올해 들어 받은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주문이 2025년 연간 실적의 두 배를 넘었으며 누적 장비 수요가 215대를 웃돈다고 밝혔다. 3분기 전체 주문은 3억4260만유로로 전년 동기보다 96.1% 증가했다. 다만 이는 베시 자체 집계이며 개별 고객과 양산 제품은 공개되지 않았다.
HBM과의 연결고리는 현재 양산보다 차세대 공정에 있다. 어플라이드도 현행 선도 HBM이 마이크로범프와 TCB를 사용하며, 향후 로드맵에서 하이브리드 본딩 도입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범프 대신 구리 배선과 절연막을 직접 접합한다. 접속 간격을 줄여 입출력 밀도를 높이고 적층 높이와 전기적 손실을 낮출 수 있어 HBM 적층 수가 늘어날수록 이점이 커진다. 반면 높은 비용과 표면 평탄도, 오염 제어, 정렬 정확도, 양산 속도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SK하이닉스 뉴스룸의 기술 기고문도 HBM의 본격적인 하이브리드 본딩 전환 시점을 HBM4E 또는 HBM5 세대로 전망하면서 제조비용과 공정 성숙도 때문에 도입 시점은 불확실하다고 짚었다. 이번 지분 확대는 현재 HBM 양산을 장악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향후 접합 방식 전환에 앞서 어플라이드의 재료공정 기술과 베시의 정밀 본딩 기술을 장기적으로 결속한 승부수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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