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이 일부 예정 데이터센터를 부지 내 전용 천연가스발전으로 구동할 계획이라고 증권신고서에서 밝혔다.
공개 문서를 교차하면 앤트로픽이 GPU 인프라 서비스를 계약한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모나크 클라우드 캠퍼스’에는 발전설비 명목용량 2.16GW 규모의 가스발전 계획이 별도로 추진되고 있다. 다만 앤트로픽의 신고서는 시설명을 밝히지 않아, 모나크가 신고서에 적힌 현장발전 시설 가운데 하나라는 연결은 교차 자료에 따른 판단이며 직접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전력망 접속 대기를 피하려던 AI 데이터센터가 가스 공급권과 파이프라인, 발전기, 대기오염 허가라는 새로운 병목에 맞닥뜨린 셈이다.
앤트로픽은 지난 2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예비 S-1 증권신고서에서 일부 예정 데이터센터가 전용 현장 천연가스발전에 의존한다고 공시했다. 발전·송전·계통 접속에 수년이 걸리는 상황에서 전력망과 독립된 계량기 뒤 전원인 ‘비하인드 더 미터’ 방식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앤트로픽은 시설명과 개수, 발전용량, 가동 시점, 운영사를 공개하지 않았다. 아직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예비 신고서인 만큼 현재 발전소가 가동 중이거나 앤트로픽이 이를 직접 소유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다른 1차 자료가 공시의 빈칸을 일부 채운다. 데이터센터 개발사 엔스케일은 지난 9월 제출한 S-1 신고서에서 8월 25일 앤트로픽과 모나크 캠퍼스 전용 GPU 인프라 서비스 계약 4건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공개 부속서는 4개 공급 구간을 함께 운영해 전체 부지를 앤트로픽 전용으로 유지하도록 규정했다. 엔스케일은 이곳에 2028년 상반기까지 총발전용량 2GW와 IT 부하 1.37GW를 우선 구축할 계획이지만, 신고서 제출 당시 필요한 GPU와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대한 구속력 있는 금융약정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웨스트버지니아주 환경보호국의 예비 심사 자료는 모나크를 2.16GW 규모의 천연가스 오프그리드 마이크로그리드와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명시했다. 허가 초안에 따르면 12개 전력 노드에 캐터필러 G3520K 가스엔진 발전기 864대를 설치하고 파이프라인 규격 천연가스만 사용한다.
2.16GW는 발전기 명목용량이고, 엔스케일이 제시한 2GW는 초기 총전력 공급 목표, 1.37GW는 서버 등 IT 장비에 투입되는 부하다. 서로 바꿔 쓸 수 없는 수치다. 해당 건설허가는 29일 현재 확정되지 않았으며, 주정부는 11월 13일까지 의견을 받고 있다.
전력망을 우회한다고 에너지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앤트로픽은 신고서에서 가스 가격 변동과 공급 중단뿐 아니라 파이프라인 용량, 확정 운송권, 본관에서 부지까지 잇는 지선 건설을 사업 위험으로 꼽았다. 이를 확보하지 못하면 부지 개발을 미루거나 포기할 수 있다고 적었다.
미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가 설명하는 확정 운송 서비스는 고객이 파이프라인 용량을 미리 예약해 중단형 서비스보다 높은 수송 우선순위를 갖는 계약이다. 발전소 옆에 배관이 지나간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매일 필요한 가스를 운반할 용량과 압력, 지선 연결 권리를 함께 확보해야 한다.
비용 위험도 앤트로픽이 부담한다. 신고서에 따르면 현장 발전에 들어가는 연료와 가스 운송비는 일반적으로 상한 없이 앤트로픽에 전가된다. 일부 전력·데이터센터 인프라 계약은 최초 계약기간이 20년에 이르고 연간 단가 인상과 의무사용 조건까지 포함하지만, 이 조건이 모나크 계약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오프그리드 발전은 규제 밖의 발전도 아니다. 앤트로픽은 현장 발전이 일부 관할지역에서만 가능하며 입지·환경·대기질·프랜차이즈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환경보호청도 데이터센터 발전시설의 대기 허가는 주·지방정부가 주로 담당하고, 고정식 가스엔진과 터빈에는 연방 배출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모나크 허가 초안에 발전기 대수와 형식은 공개됐지만 실제 연간 가동률은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실제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현재 단계에서 확정할 수 없다.
현장 가스발전 경쟁은 앤트로픽만의 선택이 아니다. 에너지 연구기관 RMI는 지난 27일 미국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발표한 비하인드 더 미터 가스발전 계획이 110GW를 넘어섰다고 집계했다. 대부분 발표·개발 단계의 용량이어서 실제 가동 규모와 같지는 않지만, 계획이 동시에 진행되면 가스 운송권과 발전기 납기, 환경허가가 AI 인프라 구축 속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앤트로픽도 신고서에서 경쟁 기준이 가장 성능 좋은 모델에서 가장 우수한 기반 구성요소를 가진 사업자로 이동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용 발전자산과 데이터센터 통제권, 희소한 부지, 반도체 공급망을 수직계열화의 핵심으로 직접 열거했다.
모델과 GPU가 준비돼도 확정 가스 운송권과 파이프라인 지선, 발전기, 대기허가 중 하나가 늦으면 서버는 켜지지 않는다. AI 경쟁의 속도와 비용이 이제 모델 연구 일정뿐 아니라 에너지 인프라의 건설 일정에 묶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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