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미국에서 9GWh 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공급처를 확보한 데 이어 국산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조달 계약을 맺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가동 여력이 생긴 미국 조지아 공장을 ESS 생산기지로 전환하는 작업이 소재 조달 단계까지 진입했다.
엘앤에프는 지난 17일 SK온 및 SK온 지정업체에 LFP 양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금액은 1억1820만달러로, 계약일 최초 고시환율인 달러당 1368.30원을 적용하면 1617억3306만원이다. 엘앤에프의 2025년 연결 매출액 대비 7.51%에 해당한다.
계약기간은 2026년 9월 17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다. 양사가 합의하면 2031년 말까지 3년 연장할 수 있지만, 이번 공시 금액과 계약기간에는 연장 옵션이 포함되지 않았다. 제품 가격은 원재료 가격에 연동되고 최종 계약금액도 환율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공급 물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SK온은 확보한 양극재를 충남 서산공장과 미국 조지아공장의 ESS용 LFP 배터리 셀 생산라인에 투입할 계획이다. 서산공장은 기존 연산 7GWh 가운데 3GWh를 LFP 라인으로 전환해 2027년 상반기 공급을 시작한다. 조지아공장도 기존 전기차용 설비 일부를 ESS 전용 LFP 라인으로 바꾸고 있다.
공급사는 엘앤에프의 LFP 전담 자회사 엘앤에프플러스다. 엘앤에프플러스는 대구 달성군 공장에서 지난 7월 시생산품을 출하했으며, 이달 말 연산 3만t 규모의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2027년 상반기까지 생산능력을 6만t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소재 계약은 SK온이 미국 ESS 고객사를 확보한 직후 체결됐다. 미국 에너지 기업 네오볼타는 지난달 31일 자회사 네오볼타파워가 SK온으로부터 2027년부터 2031년까지 미국산 LFP 셀 9GWh를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셀은 SK온 조지아공장에서 생산되고 네오볼타파워의 조지아주 펜더그래스 공장에서 상업·산업용과 전력망용 ESS로 조립된다.
양사는 별도의 9GWh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이 물량은 SK온이 셀을 공급하면 네오볼타파워가 배터리팩으로 조립하고, SK온이 이를 다시 구매하는 구조다. 다만 최초 9GWh 공급계약과 달리 추가 물량은 후속 계약을 전제로 한 협력 틀인 만큼 확정 수주와 분리해 봐야 한다.
생산구조는 한국산 양극재, 미국산 셀, 미국산 배터리팩으로 이어진다. 중국 업체가 장악한 LFP 공급망에서 양극재까지 비중국산으로 채우면서 미국 현지 생산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다만 미국산 셀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보조금·조달 요건을 자동 충족하는 것은 아니며, 적용 사업별 원산지와 외국우려기업 규정을 따로 확인해야 한다.
이번 계약의 핵심은 1617억원이라는 금액보다 SK온의 조지아 라인 전환에 필요한 소재와 수요처가 동시에 구체화됐다는 데 있다. 전기차용 하이니켈 배터리에 집중했던 SK온이 유휴 생산설비를 ESS용 LFP로 돌리면 신규 공장 건설보다 투자비와 전환 기간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엘앤에프 공시에 공급량이 제시되지 않아 이번 양극재 계약만으로 네오볼타 9GWh 전량을 충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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