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인텔 오하이오·솔리다임 뉴욕 ‘美 생산 투트랙’ 검토…AI 메모리 공급망 재편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메모리 반도체 전공정을 확보하는 방안을 복수로 검토하고 있다. 인텔의 오하이오 공장을 활용하는 방안과 자회사 솔리다임이 뉴욕주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신설하는 방안이다.

두 사업은 별개로 논의되고 있으며 계약이나 투자 규모, 생산 제품은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로 고대역폭메모리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미국 공급망을 전공정으로 넓힐 가능성을 보여주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6일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SK하이닉스와 인텔이 미국 내 메모리 생산을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검토안에는 SK하이닉스가 인텔의 오하이오 원 공장 일부를 임차하는 방안과 인텔·SK하이닉스·대형 클라우드 기업이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다만 오하이오에서 생산할 메모리 종류는 확인되지 않았다.

인텔은 오하이오주 뉴앨버니에 2개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인텔이 공개한 투자 규모는 280억달러 이상으로, 첫 번째 공장은 2030년 완공해 2030∼2031년 가동하고 두 번째 공장은 2031년 완공해 2032년 가동할 예정이다. 인텔은 고객 수요에 따라 공사와 가동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가 공장 일부를 임차하면 신규 부지를 확보해 단독 공장을 짓는 것보다 미국 생산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 인텔도 장기간 묶이는 오하이오 투자비를 분담하고 외부 고객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클라우드 기업이 합작사에 참여하는 구조는 생산능력 투자와 장기 구매계약을 결합해 메모리 업황 변동 위험을 나누는 방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아직 초기 검토 단계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6일 공식 입장을 통해 인텔을 포함한 특정 기업과의 협력이나 미국 내 메모리 생산에 관해 확정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오하이오 공장에서 첨단 D램이나 HBM용 D램 웨이퍼를 생산할 경우 핵심 공정기술의 이전 범위와 한국 정부의 기술보호 심사도 변수가 된다.

두 번째 축은 솔리다임의 낸드 생산기지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8일 솔리다임이 미국 낸드플래시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으며 뉴욕주 북부가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이 사업은 인텔 오하이오 공장 협의와 별도로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SSD 사업을 인수하면서 출범한 미국 자회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솔리다임의 낸드 칩은 현재 중국 다롄에서만 생산된다. 미국 공장이 세워지면 생산거점을 이원화하고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와 관세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다롄에서 낸드 웨이퍼를 생산하고 미국에서 기업용 SSD를 설계·판매하는 기존 구조도 현지 생산을 포함하는 형태로 바뀔 수 있다.

뉴욕주는 메모리 공장을 유치할 기반을 이미 갖추고 있다. 뉴욕주 경제개발청에 따르면 주 정부는 최대 100억달러 규모의 ‘그린 칩스’ 인센티브를 운영하고 있으며, 마이크론은 뉴욕주 중부에 향후 20년 이상 최대 1000억달러를 투자하는 메모리 생산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올버니 나노테크 단지와 반도체 인력 양성체계도 솔리다임이 뉴욕주를 검토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서도 미국 HBM 생산기지 착공식을 열었다. 인디애나주 경제개발공사는 투자 규모를 40억달러로 제시했다. 이 공장은 한국에서 생산한 HBM용 D램 웨이퍼를 받아 적층·패키징·시험과 연구개발을 담당하며, SK하이닉스는 2029년 하반기 미국 공급을 목표로 잡았다.

따라서 오하이오 또는 뉴욕 투자가 현실화하면 SK하이닉스의 미국 사업은 인디애나 후공정에 전공정 생산을 더하는 구조로 확장된다. 오하이오는 제품이 정해지지 않은 범용 메모리 협력안이고 뉴욕은 솔리다임의 낸드 공급망 다변화라는 점에서 성격도 다르다.

AI 데이터센터는 GPU와 함께 HBM뿐 아니라 학습데이터를 저장하는 고용량 기업용 SSD를 대량으로 사용한다. SK하이닉스가 D램·HBM과 낸드를 각각 다른 경로로 미국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특정 제품의 증설을 넘어 AI 서버용 메모리 공급망의 미국 내 생산 가능성을 함께 살피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공장 건설에는 수년이 걸리고 AI 투자 속도에 따라 장기 수요가 달라질 수 있다. 현재 단계에서 오하이오 협의를 ‘HBM 공장 확정’으로, 뉴욕 후보지 검토를 ‘솔리다임 투자 결정’으로 해석하기는 이르다. 실제 사업 여부는 생산 제품과 공정기술, 투자 주체, 고객사의 장기 구매계약이 구체화돼야 판단할 수 있다.

오세진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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