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오는 11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의 첫 보조설비·자재 입찰에 착수한다. 체코 정부와 한수원이 제시한 현지 기업 참여율 60%가 구호를 넘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지 가늠할 첫 시험대다.
체코 경제매체 세즈남 즈프라비는 한수원이 11월 케이블과 배관, 각종 기술설비 공급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을 시작한다고 16일 보도했다. 후속 입찰은 2027년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한수원 프라하 지점에 따르면 입찰 준비 설명회에는 ABB와 스코다JS, NUVIA, IBC프라하 등 현지 기업 약 60곳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술·품질·경영 역량에 관한 공급자 자격을 취득했거나 심사를 받고 있다. 한수원은 올해 4분기 첫 AE&M 입찰을 시작한다는 일정을 공식 확인했다.
이번 입찰은 체코 기업에 물량을 할당하는 방식이 아니다. 체코 업체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외국 기업도 참여할 수 있어 가격과 기술, 원전 품질보증 능력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현지화율은 입찰 공고가 아니라 체코 기업이 실제로 따낸 계약 금액으로 판가름 난다.
예정된 전체 보조설비·자재 조달 대상은 약 200개 패키지다. 체코산업운송연맹은 냉각탑과 원심펌프, 냉각장치, 수소·가연성가스 감시설비, 발전소 폐쇄회로(CC)TV 등을 2026년 하반기 입찰 예정 품목으로 공개했다. 이들 품목이 모두 11월 첫 입찰에 포함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배관과 밸브처럼 현지 기업이 강점을 가진 품목이 많지만, 용접사 관리와 비파괴검사, 공급망 추적까지 원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한수원은 지난 3월부터 후보 업체의 생산 현장을 직접 심사하고 있다.
체코 정부는 2025년 6월 두코바니 5·6호기 EPC 본계약 체결 당시 현지 산업 참여분 약 30%가 정리됐다고 발표했다. 두산스코다파워의 터빈·터빈홀 공급과 현지 기업의 설계·건설 분야 계약 및 향후계약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나머지 30%를 확보해 준공 때 6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60%는 본계약에 고정 물량으로 명시된 법적 쿼터가 아니라 양국이 합의한 목표에 가깝다. 체코 산업계도 현지화율이 자동으로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해 왔다. 기존 30%에도 최종 발주계약이 아닌 기본합의와 향후계약이 포함돼 있어 실제 집행액은 개별 계약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체코 정부가 향후 입찰 과정과 현지 업체 탈락 사유까지 점검하겠다고 밝힌 배경이다.
두코바니 5·6호기는 1000MW급 APR1000 두 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체코 재무부는 EPC 본계약 체결 당시 블록당 단가가 약 2000억코루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두 기 전체의 정확한 EPC 계약가는 공개되지 않았다. 공사는 2029년 시작하며 첫 호기는 2036년 시험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11월 입찰에서 체코 기업이 케이블·배관 같은 반복 물량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 터빈과 토목처럼 현지 조달이 유력한 대형 품목만으로 60%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기자재 제작과 유지보수까지 공급망을 넓혀야 현지화 약속이 장기 산업 기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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