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바클레이스가 글로벌마켓 부문으로 들어오는 고객 문의 이메일 약 12만건을 매일 앤트로픽의 생성형 인공지능(AI) 클로드로 분류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은행 내부 시험을 넘어 실제 고객 업무의 처리 경로를 결정하는 운영 시스템에 들어간 사례다.
앤트로픽이 1일 공개한 발표에 따르면 클로드는 이메일을 분류하고 필요한 정보를 보강한 뒤 담당 조직으로 보낼 최적 경로를 정한다. 요청의 우선순위를 가리고 운영 담당자가 업무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갖춰졌는지도 확인한다.
다만 ‘하루 12만건 처리’가 고객에게 보낼 답변을 자동으로 작성하거나 발송한다는 뜻은 아니다. 발표문이 확인한 범위는 이메일의 분류·정보 보강·배정까지다. 거래 승인이나 고객 권리에 영향을 주는 판단은 공개된 적용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바클레이스는 고객 응대 직원이 사내 정보를 찾는 과정에도 클로드를 사용한다. 2025년 가동한 ‘동료 지식 도우미’는 은행 내부 문서를 먼저 검색한 뒤 답변을 생성하는 검색증강생성(RAG) 방식이다. 현재 직원 1만6000명 이상이 사용하며 누적 검색은 100만건을 넘었다. 이들은 영국 내 소매금융 고객 2000만명 이상을 지원한다.
이번 사례가 규제산업의 AI 도입 방식을 보여주는 이유는 은행이 생성형 AI에 최종 판단부터 맡기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메일 분류와 지식 검색은 입력과 출력이 명확하고 사람이 결과를 확인하기 쉽다. 오류가 발생해도 거래 실행이나 신용 결정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도록 AI의 역할을 좁힌 셈이다.
규제 환경도 운영 전환을 뒷받침했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별도의 AI 규제를 추가하기보다 소비자보호의무와 고위경영진 책임제도 등 기존 규정을 AI에도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규제를 없앤 것이 아니라 AI를 사용해도 고객 결과와 업무 책임은 금융회사에 남는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다. FCA는 인간의 판단과 책임이 유지되는 구조를 강조하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과 FCA의 금융회사 AI 이용 공동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75%가 이미 AI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전체 적용 사례의 62%는 회사가 낮은 중요도로 분류했으며, 완전 자율 의사결정 사례는 2%에 그쳤다. 운영·정보기술 부문이 전체 적용 사례의 2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바클레이스는 같은 방식으로 적용 범위를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넓힌다. 올해 말까지 전체 개발자의 50%가 클로드 코드를 사용하고, 2027년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과반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는 현재 이용 실적이 아니라 향후 도입 목표로 구분해야 한다.
성과 판단에 필요한 정보는 아직 부족하다. 앤트로픽 발표문에는 이메일 오분류율과 재처리 비율, 응답시간 단축 폭, 비용 절감액이 나오지 않았다. 사용한 클로드 모델의 버전과 이메일 시스템의 구체적인 통제 방식도 공개되지 않았다. 하루 12만건은 처리량을 보여줄 뿐 정확도나 투자수익을 증명하는 수치는 아니다.
제3자 모델 의존도 역시 새로운 위험이다. 영국 중앙은행 조사에서 외부 업체가 공급한 AI는 전체 적용 사례의 3분의 1을 차지했고, 상위 3개 모델 공급자에 대한 집중도는 44%에 달했다. 금융회사들은 데이터 보호와 보안, 모델 복잡성, 공급자 의존을 주요 위험으로 꼽았다.
바클레이스의 선택은 규제산업이 생성형 AI의 오류 문제를 해결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AI가 맡을 업무를 제한하고 사람이 책임지는 기존 절차 안에 모델을 넣으면서 운영이 가능해졌다는 의미에 가깝다. 생성형 AI 경쟁의 기준도 모델이 얼마나 그럴듯하게 답하는지에서, 오류를 통제하면서 매일 반복되는 업무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처리하는지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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