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중공업이 약 1000억엔(약 8600억원)을 투입해 일본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의 선박 건조 능력을 확충한다. 일본 정부가 최대 400억엔을 지원하는 대형 설비투자로, 2035년까지 자국 선박 건조량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일본의 조선업 부활책이 선체 블록공장 건설로 구체화됐다.
미쓰비시중공업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2일 시모노세키시와 인공섬 ‘조슈데지마’의 산업용지 취득 계약을 체결했다. 그룹 조선 자회사인 미쓰비시조선은 이곳에 시모노세키조선소 에노우라공장의 일부 기능을 옮기고 선체 블록 제조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취득 부지는 산업구역 10개 필지, 약 14만5000㎡ 규모다. 토지 매각가는 약 30억엔으로 파악됐다. 시모노세키시가 시의회에 보고한 일정에 따르면 2027년 4월 착공해 2030년 3월 가동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선체 블록은 강재를 절단·용접해 만든 선박의 대형 구조물이다. 여러 블록을 선대나 도크에서 탑재·결합해야 비로소 선체가 완성된다. 블록 제작 능력이 부족하면 최종 조립설비에 여유가 있어도 전체 건조기간을 줄이기 어렵다. 일본 정부가 완성선이 아닌 ‘선체’를 경제안보상 중요 물자로 지정한 것도 이 공정이 건조 능력을 좌우하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시모노세키조선소 에노우라공장은 페리와 자동차운반선(PCTC), 해양조사선, 케이블부설선 등 상선·특수선을 건조한다. 새 공장은 제한된 기존 부지에서 블록 제작 기능을 분리해 생산 흐름을 넓히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다만 미쓰비시중공업은 이번 투자로 늘어나는 건조량과 대상 선종, 도크·선대 확장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미쓰비시조선은 지난달 11일 일본 국토교통성으로부터 경제안전보장추진법상 선체 공급확보계획을 승인받았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공개한 지원 내역을 보면 정부 보조금은 최대 400억엔(약 3400억원)이다. 계획대로 집행되면 정부가 전체 투자비의 40%를 부담하는 구조다.
지원은 일본 정부가 조성한 ‘조선업 재생기금’에서 나온다. 일본은 2024년 907만 총톤이던 연간 건조 능력을 2035년 1800만 총톤으로 높이고, 10년간 민관 합계 1조엔을 투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 지원 규모만 3500억엔을 목표로 잡았으며 2025년도 추가경정예산에 첫 재원 1200억엔을 반영했다.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승인된 선체 공급확보계획은 미쓰비시조선을 포함해 모두 8건이다. 이마바리조선·다도쓰조선과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 나무라조선소, 가와사키중공업, 신쿠루시마도크 등이 포함됐고 최대 지원액은 합계 약 3111억엔이다. 국토교통성은 자동화 설비뿐 아니라 도크 확장과 크레인 설치 같은 물리적 생산능력 증설을 지원 대상으로 명시했다.
일본의 대응 배경에는 중국으로 빠져나간 자국 선주의 발주 물량이 있다. 일본 정부의 조선업 재생 로드맵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 세계 선박 건조량의 약 50%, 신규 수주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2022년 이후 일본 선주가 중국 조선소에 발주한 물량도 전체의 30~40%로 높아졌다. 일본 조선소의 연간 건조량이 약 900만 총톤에 머물러 자국 선주의 연간 수요인 약 1200만 총톤을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미쓰비시조선은 별도로 약 65억엔을 들여 에노우라공장에 친환경 선박용 의장 플랫폼과 관련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28년도까지 기존 건조 능력을 25% 높이는 것이 목표다. 기존 투자가 의장공정과 친환경 선박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1000억엔 사업은 블록 제작이라는 선체 생산의 앞단을 확장한다는 점에서 범위가 더 넓다.
이번 투자를 미쓰비시중공업의 대형 LNG운반선 시장 복귀로 해석하기는 아직 이르다. 구체적인 대상 선종과 추가 건조량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가 투자비의 최대 40%를 부담하며 블록 제작부터 의장까지 기존 조선소의 병목을 풀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일본의 조선 부활 구상이 구호와 연구개발 지원을 넘어 실제 생산설비 증설 단계로 들어섰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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