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한수원, 美 원전 최대 8기 협력 틀 합의…‘163조원 한도’ 개별 사업 미확정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최대 1200억달러 한도에서 미국 대형 원전 최대 8기 건설에 협력하는 비구속적 프레임워크에 참여한다. 한국형 APR1400 2기가 미국 시장에 진입할 통로가 열렸지만, 부지와 사업구조·건설 일정은 물론 개별 건설계약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산업통상부가 1일 발표한 ‘프로젝트 파워’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미국 연방정부가 지정하는 부지에 APR1400 2기와 웨스팅하우스 AP1000 6기를 건설하는 협력 틀에 합의했다. 프레임워크에는 양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 한전, 한수원이 서명할 예정이다.

투자 한도는 건설비 1000억달러와 공사비 증가에 대비한 예비비 200억달러를 합쳐 최대 1200억달러다. 발표일인 10월 1일 서울외국환중개 환율 1달러당 1355.7원을 적용하면 약 162조7000억원이다.

원전 2기당 투입 한도는 건설비 250억달러와 예비비 50억달러를 합친 300억달러다. 실제 비용이 이를 넘어도 한미전략투자기금이 초과분을 추가 부담하지 않으며, 사용하지 않은 예비비도 한국의 전략투자 실적으로 산정된다.

건설은 AP1000 2기를 먼저 추진한 뒤 APR1400 2기와 AP1000 2기, 마지막 AP1000 2기 순으로 진행하는 구상이다. 한미 양측은 첫 AP1000 2기와 뒤이은 APR1400·AP1000 각 2기의 설계·조달·시공 계약 간격을 6개월 이내로 좁히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다만 이 순서는 발주 확정이나 수주 계약을 뜻하지 않는다. 산업통상부는 이번 합의가 원전 협력의 큰 틀을 정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업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으로 부지와 사업주체, 공사 일정, 전력 판매구조를 확정하고 사업별 상업성 심사와 국회 절차를 거쳐야 한다.

웨스팅하우스 공동 소유주인 카메코도 프레임워크 조건이 구속력을 갖지 않으며 최종 협상 대상이라고 명시했다. 카메코 발표에 따르면 개별 본계약 체결과 부지 선정, 인허가, 금융조달이 모두 선행 조건으로 남아 있다.

APR1400의 미국 진출에는 지난해 한전·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지식재산권 분쟁을 끝내며 체결한 타협협정의 일회성 예외가 적용될 예정이다. 예외 범위는 APR1400 최대 2기다. 카메코는 웨스팅하우스가 지식재산권 사용료와 설계·조달 용역, 하도급, 장기 핵연료 가공을 통해 APR1400 한 기당 약 20억달러 상당의 가치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APR1400은 이미 2019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표준설계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설계인증이 특정 부지의 건설·운영 승인을 뜻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실제 건설·운영에는 부지별 인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한국 기업은 APR1400뿐 아니라 AP1000 6기의 시공과 기자재 공급에 참여할 기회를 얻는다. 원자로 용기와 증기발생기, 원자로 냉각재 펌프 등 제작 기간이 긴 품목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법상 요건 충족을 전제로 연말까지 최대 100억달러를 먼저 투입하는 방안도 협의됐다.

한국 측은 AP1000 사업의 이익을 공유하기 위해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도 추진한다. 브룩필드 발표에 따르면 검토 범위는 지분 5~10%다. 투자 가격과 의결권 등 구체적인 조건은 기업 간 실사와 후속 협상, 당국 승인을 거쳐 확정된다.

이번 합의의 의미는 한전·한수원이 미국 원전 8기를 수주했다는 데 있지 않다. 타협협정으로 닫혀 있던 APR1400의 미국 진입 예외와 최대 1200억달러의 금융 경로를 동시에 마련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실제 수주액과 국내 기업의 몫은 개별 부지 선정과 EPC 계약, 웨스팅하우스와의 역무 배분이 확정돼야 계산할 수 있다.

오세진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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