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다오베이하이조선이 세계 최초의 암모니아 이중연료 벌크선 ‘미네랄 유로파(Mineral Europa)’를 벨기에 CMB.TECH에 인도했다. 저가 벌크선 물량을 흡수하던 중국 조선업이 차세대 연료 선박에서도 ‘최초 실선’ 기록을 확보했다.
중국 해사전문지 신더마리타임에 따르면 칭다오베이하이조선과 중국선박공업무역(CSTC)은 9일 21만DWT급 뉴캐슬막스 벌크선을 CMB.TECH에 넘겼다. 선박은 시운전을 마치고 첫 운항지인 호주로 출항했다. 이번 인도 발표에서는 개별 선가와 계약 금액을 밝히지 않았다.
미네랄 유로파에는 스위스 엔진설계사 WinGD의 X72DF-A 저속 2행정 주기관과 3000㎥급 암모니아 연료탱크 2기가 적용됐다. 암모니아와 기존 선박유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 방식이다. 다만 앞서 인도된 암모니아운반선이 있어 ‘세계 첫 암모니아 추진선’은 아니며, 세계 첫 암모니아 이중연료 대형 벌크선이라는 의미다.
이 기록의 배경에는 중국선박그룹(CSSC)이 묶어 놓은 수직계열 공급망이 있다. 칭다오베이하이조선이 선박을 건조하고 CSSC엔진이 주기관을 제작했으며, CSSC 계열 선루이가 연료공급시스템을 맡았다. 주기관 원천설계사 WinGD 역시 2016년부터 CSSC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WinGD가 지난 6월 공개한 시험 결과에 따르면 X72DF-A는 암모니아를 고압 분사하고 전부하에서 약 5%의 파일럿 연료를 사용한다. 암모니아 모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디젤 모드보다 90% 이상 줄었으며, 선택적촉매환원장치로 국제해사기구(IMO) 질소산화물 Tier Ⅲ 기준을 충족했다.
칭다오베이하이가 한 척짜리 시제품이 아닌 양산 선박으로 기록을 만든 점도 중요하다. 이번 주기관은 CMB.TECH가 발주한 21만DWT급 암모니아 이중연료 벌크선 10척 가운데 첫 호선용이다. 조선소는 같은 선형을 재래식 연료형에서 암모니아 레디, 암모니아 이중연료형으로 순차 전환해 설계와 생산 위험을 낮췄다.
연료 조달도 선박 인도와 함께 준비됐다. CMB.TECH 2025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중국 지린성 쑹위안 프로젝트에서 첫해 2만~2만5000톤, 2~4년차에는 연간 4만~5만톤의 재생 암모니아를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쑹위안 프로젝트 1단계의 연간 15만8000톤은 CMB.TECH의 계약 물량이 아니라 전체 생산능력이다. 난징의 4만9000㎥급 저온 암모니아 저장탱크는 건설 중인 시설로, 공개 자료에서 준공·가동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선박 간 급유 사업도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선체·엔진·연료공급장치에 생산과 저장·급유까지 연결하려는 구조다.
다만 이번 인도가 곧바로 전 항차 무탄소 운항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CMB.TECH는 첫 호주 항해에서 실제로 사용한 암모니아의 양과 생산방식, 디젤 혼소 비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암모니아는 연소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파일럿 연료와 생산단계까지 포함한 온실가스 성적은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중국 조선업은 2025년 세계 신조선 수주량의 69%를 DWT 기준으로 차지했다. 이 물량이 표준선 반복 건조와 신연료 장비의 실선 적용 기회를 동시에 만들고 있다. 미네랄 유로파의 인도는 중국이 모든 고부가 선종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했다는 뜻은 아니지만, 적어도 벌크선 분야에서는 가격과 납기 경쟁력을 친환경 추진 실적까지 확장했다는 신호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