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선박그룹(CSSC) 산하 칭다오베이하이조선이 세계 최초의 암모니아 이중연료 대형 벌크선 ‘미네랄 유로파(Mineral Europa)’를 인도했다. 개념설계와 기본승인(AiP)에 머물렀던 암모니아 추진 기술이 21만DWT급 원양 상선의 실제 운항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중국선박무역유한공사(CSTC)에 따르면 칭다오베이하이조선과 CSTC는 지난 9일 벨기에 해운사 CMB.TECH에 미네랄 유로파를 인도했다. 선형은 21만DWT급 뉴캐슬막스 벌크선이며,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네랄 유로파는 시운전을 마친 뒤 호주로 향하는 첫 항해에 들어갔다. 선주는 CMB.TECH의 벌크선 자회사 보시마르이며 호주 광산기업 포테스큐가 용선해 서호주 필바라산 철광석을 중국 등으로 운송한다. 선주와 화주가 장기 실증이 아닌 실제 철광석 운송 계약으로 암모니아 추진선을 투입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첫 항해부터 암모니아 연료도 실었다. 해사 전문지 리비에라에 CMB.TECH 관계자는 미네랄 유로파가 그린 암모니아 1000t을 공급받아 암모니아 연료로 운항한다고 확인했다. 암모니아 추진이 가능한 장비만 설치한 ‘암모니아 레디’ 선박과 달리 연료 적재와 연소까지 이뤄지는 실선이다.
주기관은 스위스 엔진설계업체 윈지디(WinGD)의 6X72DF-A 저속 이중연료 엔진이다. 중국선박엔진이 제작했으며 암모니아 공급시스템은 칭다오쌍루이가 맡았다. 정격출력은 1만4400㎾, 최대 회전수는 분당 67회다. 암모니아가 부족하거나 공급망을 이용하기 어려운 항로에서는 기존 선박연료로 운항할 수 있다.
윈지디는 2023년 X-DF-A 엔진의 기본승인을 받은 뒤 연소시험과 기능통합시험, 공장인수시험을 차례로 진행했다. 지난 6월에는 로이드선급(LR)과 미국선급(ABS), 중국선급(CCS)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네랄 유로파용 X72DF-A 엔진의 공장인수시험을 마쳤다. 설계가 선급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AiP와 실제 선박에 탑재돼 운항하는 단계 사이의 검증 절차를 모두 통과한 셈이다.
암모니아는 분자에 탄소가 없어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직접 배출하지 않는다. 다만 점화를 위해 소량의 파일럿유가 필요하며 생산 과정까지 포함한 탄소 감축 효과는 연료 제조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윈지디가 공개한 전부하 시험에서는 파일럿유의 에너지 비중이 약 5%였고 암모니아 미연소 배출은 10ppm 미만, 온실효과가 강한 아산화질소는 3ppm 미만으로 측정됐다. 따라서 ‘무탄소 선박’보다는 그린 암모니아 사용 시 운항 탄소를 크게 낮출 수 있는 선박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번 인도는 중국 조선업이 친환경 선박 경쟁에서 보여온 인증 중심 전략의 변곡점이다. CSSC 계열은 2022년부터 21만DWT급 액화암모니아 추진 벌크선 설계로 LR의 AiP를 확보했고 엔진·연료공급장치·위험구역 배치 기술을 축적해 왔다. 미네랄 유로파는 이 기술 묶음을 실제 대형 벌크선으로 통합해 인도하고 상업 항로에 투입한 첫 결과물이다.
포테스큐는 지난 6월 보시마르로부터 21만DWT급 뉴캐슬막스선 최대 12척을 용선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최대 3척은 암모니아 이중연료 엔진을 탑재하고 나머지 9척은 향후 개조가 가능한 암모니아 레디 사양이다. 포테스큐는 이중연료선들을 2026년 말까지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네랄 유로파 한 척의 인도로 암모니아 연료 가격과 항만 벙커링, 독성 누출 대응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21만t의 화물을 싣는 대형 벌크선이 그린 암모니아를 실제로 공급받아 철광석 항로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중국 조선이 경쟁사보다 먼저 바꾼 것은 인증서의 숫자가 아니라 선박의 상태다. ‘암모니아 레디’와 AiP의 시대에서 암모니아를 태우며 운임을 버는 실선 운항의 시대로 넘어갔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