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菲 620MW 바탄원전 ‘타당’…수주 아닌 세 갈래

한국수력원자력이 비용을 부담해 수행한 필리핀 바탄 원전 타당성 조사에서 기존 설비를 복구해 가동하는 방안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한수원 수주가 아니라 필리핀 정부가 세 가지 원전 도입 경로를 고르기 위한 판단 자료다.

현지 경제지 비즈니스미러는 20일 샤론 가린 필리핀 에너지부 장관을 인용해 핵심 결과가 긍정적이라고 보도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경로는 △기존 바탄 원전 개보수·가동 △600~1200MW급 신규 대형 원전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이다. 세부 비용과 전제는 한·필 양측 동의 없이는 공개할 수 없다.

한수원과 필리핀 에너지부는 2024년 10월 타당성 조사 양해각서(MOU)를 맺고 2025년 1월 조사에 착수했다. 필리핀 정부는 한수원이 조사비 전액을 부담한다고 밝혔다. 필리핀 국영통신 PNA는 MOU가 한국 기업에 후속 사업을 맡길 의무를 뜻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바탄 원전은 웨스팅하우스 가압경수로 1기로 1976년 착공해 1984년 완공됐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연료를 장전하거나 상업운전한 적은 없다. ‘재가동’은 편의상 쓰는 표현으로, 엄밀히는 40여 년 된 미가동 설비를 현대화해 처음 가동하는 방안이다.

필리핀 에너지계획은 2032년 1200MW, 2035년 2400MW, 2050년 4800MW의 원전 설비를 목표로 한다. 바탄 1기만으로는 첫 목표를 채울 수 없다. 가린 장관은 계획이 4년가량 걸리는 상용 SMR을 전제로 짜였지만 현재 공급 가능한 제품이 없다며 일정이 밀릴 수 있다고 밝혔다.

현지 에너지 전문지 파워필리핀은 원전 용량입찰 초안의 첫 전력 공급 시점이 2038년이라고 전했다. 2032년은 정책 목표이고 2038년은 입찰 초안의 일정으로, 어느 쪽도 바탄 원전의 확정 가동일은 아니다.

필리핀 에너지부가 공개한 입찰지침도 아직 의견수렴 단계다. 향후 입찰에서 이겨도 건설·운전 허가가 자동으로 나오지 않는다. 필리핀 원자력규제기관 필아톰(PhilATOM)의 별도 승인이 필요하다.

지역 수용성도 남아 있다. 바탄 원전 소재지 모롱 의회는 지난 6월 원전 건설·운영과 방사성물질 저장을 금지하는 ‘비핵 지역’ 조례를 통과시켰다. 바탄주 정부도 주변 핵심 기반시설 증가를 이유로 부지 적합성을 다시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필리핀 에너지부는 2027년 중 첫 정식 사업 신청이 나올 가능성을 거론했다. 다만 부지와 노형, 금융구조, 입찰 방식이 확정되지 않아 한수원의 후속 사업 참여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다.

오세진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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