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일진전기·LS일렉트릭이 미국의 한국산 대형 전력변압기(LPT) 반덤핑 연례재심 대상에 다시 올랐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노후 전력망 교체가 북미 수주를 밀어 올리는 가운데, 한국산 공급분의 관세와 채산성을 다시 계산받게 됐다.
미 상무부가 10월 1일 연방관보에 게재한 공고에 따르면 재심 대상기간(POR)은 2025년 8월 1일부터 2026년 7월 31일까지다. 상무부는 늦어도 2027년 8월 31일까지 최종 결과를 내겠다는 일정도 제시했다.
이번 결정은 4사에 새로운 관세를 즉시 부과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미국의 소급평가 제도에 따라 기존 반덤핑 명령 아래 대상기간 거래의 덤핑마진을 사후 확정해 미 세관국경보호청(CBP)의 관세평가·청산에 적용하고, 그 결과를 이후 수입분의 현금예치율에도 반영하는 절차다. 상무부는 대상 기업이 많으면 CBP 자료 등을 바탕으로 개별조사 업체를 따로 선정한다.
적용 범위도 모든 변압기가 아니다. 2024년 상무부의 반덤핑 명령 유지 공고에 명시된 대상은 한국산 액체유입식 대형 전력변압기 가운데 최대 전력처리용량이 60MVA 이상인 제품이다. 345kV·525kV·765kV 같은 전압이나 계약금액만으로 적용 여부를 판단할 수 없으며,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은 한국산 명령 대상과 구분해야 한다.
직전 확정 결과에서는 회사별 가중평균 덤핑마진이 갈렸다. 상무부가 지난 8월 14일 확정한 2023년 8월~2024년 7월 재심 결과는 HD현대일렉트릭·일진전기 0.00%, 효성중공업·LS일렉트릭 4.32%의 가중평균 덤핑마진을 확정했다. 이 비율은 공고일 이후 대상 물량의 현금예치율에도 적용되지만, 과거 재심 대상 물량의 최종 관세액 자체와는 구분된다.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의 4.32%는 두 회사의 거래자료를 개별 조사해 산출한 마진이 아니다. 상무부는 최종 재심 결과에서 개별조사 업체인 HD현대일렉트릭과 일진전기에 각각 0.00%를 확정한 뒤 ‘기타 합리적인 방법’을 적용해 비선정 업체인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에 각각 4.32%의 가중평균 덤핑마진을 부여했다.
관세 불확실성이 커진 시점은 한국 업체들의 북미 대형 수주가 이어지는 시점과 겹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7월 글로벌 빅테크와 북미 데이터센터용 전력·배전기기 최대 1조1212억원 규모의 장기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이 금액은 계약 상한이며 실제 발주는 데이터센터 건설 일정에 맞춰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효성중공업도 지난 9월 미국 빅테크 두 곳에서 765kV와 345kV급 초고압변압기를 총 2억8700만달러 규모로 수주했다. LS일렉트릭은 2025년 11월 26일 한국거래소 공시에서 북미 민간 전력회사 프로젝트를 수주한 미국 자회사 LS ELECTRIC America에 3억1204만8177달러(4598억원) 규모의 초고압변압기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제품은 최대 525kV급이며 공급 시기는 2027~2029년이다.
일진전기는 2026년 1월 5일 DART 공시에서 미국 발전사업자와 계약한 자회사 ILJIN Electric USA에 1976억5218만원 규모의 변압기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계약기간은 2026년 1월 2일부터 2029년 12월 31일까지다.
미국 시장의 공급 부족은 한국 업체들의 수주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의 2024년 대형 전력변압기 공급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미국 신규 LPT 수요 약 750대 가운데 수입품이 617대로 82%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이전 1년 미만이던 납기는 최근 업계 조사에서 36개월 이상까지 늘어났고, 연간 수요는 2027년 약 900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관세 방어력은 회사마다 다르다. HD현대일렉트릭의 앨라배마 북미 생산법인은 현재 연간 최대 105대의 전력변압기 생산능력을 갖췄으며, 2027년 4월 제2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연간 생산능력이 약 50% 늘어날 계획이다. 효성중공업도 회사에 따르면 테네시 멤피스 공장에서 765kV급 초고압변압기를 설계·생산할 수 있어 미국산 공급 비중을 늘릴 여지가 있다.
반면 LS일렉트릭의 2025년 사업보고서는 미국 LS ELECTRIC America를 판매법인으로 분류하고 초고압변압기 생산능력을 부산 등 국내 사업장에 기재한다. 회사가 공개한 미국 현지 생산투자도 텍사스의 중·저압 전력기기·배전반과 유타의 배전반 증설에 맞춰져 있어 미국 내 LPT 생산은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일진전기의 2025년 사업보고서도 미국 법인을 전선·변압기 판매법인으로, 변압기 생산 사업소를 충남 홍성으로 기재해 미국 내 LPT 생산설비는 공개 공시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두 회사는 한국산 LPT 공급 비중이 높을수록 향후 재심 결과에 따른 가격·현금예치금 부담에 더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
그렇다고 각 회사의 북미 수주잔고 전체에 반덤핑 세율을 곱해 피해액을 계산해서는 안 된다. 계약에는 반덤핑 대상이 아닌 배전기기와 소형·건식 변압기가 섞여 있고, 미국 현지 생산분과 한국 수출분의 비중도 공개되지 않았다. 실제 부담은 제품의 최대 전력처리용량과 원산지, 수입자 명의, 계약상 관세 분담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재심은 AI 전력망 수주 호황이 꺾였다는 신호보다 수주를 이익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관세 변수가 추가됐다는 의미에 가깝다. 현재 가중평균 덤핑마진과 현금예치율이 0.00%인 HD현대일렉트릭과 일진전기도 다음 결과를 보장받은 것은 아니다.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 역시 4.32%를 전체 계약에 일률적으로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2027년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현지 생산능력과 한국산 공급 비중, 관세 전가 조건이 4사의 북미 사업 수익성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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