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리, ‘5975억원’ IMI에 사우디 현지 첫 VLCC 3척 발주

사우디 해운·물류기업 바흐리가 자국 합작조선소 인터내셔널 마리타임 인더스트리즈(IMI)에 32만DW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3척을 확정 발주했다. 이번 계약은 IMI가 사우디 현지에서 직접 건조할 첫 VLCC 3척이다.

바흐리의 사우디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 22일 총 16억9200만리얄(약 4억5120만달러) 규모의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일 서울외환시장 종가인 달러당 1324.2원을 적용하면 약 5975억원이며, 척당 금액은 단순 계산으로 약 1992억원이다.

각 선박의 재화중량은 32만DWT다. IMI는 2029년부터 2030년까지 세 척을 순차 인도한다. 공개된 계약은 확정 3척이며 별도 옵션은 발표되지 않았다.

선박에는 첨단 에너지효율 기술이 적용된다. 다만 주기관과 사용 연료, 스크러버, 선급 등 구체적인 사양은 공개되지 않았다. 바흐리는 내부 현금과 은행 금융으로 건조대금을 조달하며, 재무 효과는 선박 인도와 상업운항 개시 뒤 반영한다.

이번 거래는 바흐리가 IMI 지분 19.9%를 보유한 관계사 계약이다. 바흐리가 사우디에서 건조하기로 한 선박은 지난해 발주한 울트라막스 벌크선 6척을 포함해 모두 9척으로 늘었다.

현지 VLCC 건조의 출발점은 2019년이었다. 당시 바흐리는 IMI에 31만9000DWT급 VLCC 1척을 발주했고, IMI는 실제 건조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 맡겼다. 현대중공업은 별도로 VLCC 설계도면과 설계지원·기술컨설팅을 제공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바흐리의 당시 발표는 이 사업의 목표를 IMI의 독자적인 사우디 현지 VLCC 건조 역량 확보로 명시했다.

이 선박은 ‘라야’로 명명돼 2021년 10월 인도됐다. IMI 엔지니어들은 울산에서 현대중공업 기술진과 건조에 참여하며 현장훈련을 받았다. 바흐리는 라야 인도 당시 이 경험이 향후 사우디 내 VLCC 건조 능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라야는 IMI의 첫 VLCC 프로젝트였지만 선체는 울산에서 건조됐다. 사우디 현지에서 짓는 첫 대양항해선 계약은 2025년 발주된 6만2823DWT급 울트라막스 벌크선 6척이다. 따라서 이번 계약은 사우디 전체의 첫 대양선 발주가 아니라, IMI가 현지에서 직접 건조할 첫 VLCC 본계약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HD현대중공업은 2022년에도 IMI와 VLCC 엔지니어링 기술지원·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2019년 설계 라이선스가 이번 3척에 적용되는지와 척당 로열티 규모는 이번 공시에 나오지 않았다.

이번 계약으로 IMI는 사우디 현지 VLCC 건조를 본격화했다. 2019년 설계 라이선스나 2022년 기술지원 계약이 이번 3척에 적용된다면 HD현대중공업에는 설계·기술서비스 수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적용 여부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한국 조선업의 새 수익모델을 입증한 사례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IMI가 예정대로 현지 건조·인도 실적을 쌓을 경우 장기적으로 VLCC 시장의 중동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최도현

최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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