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미국 배터리 제조장비 업체 사쿠(Sakuu)의 건식전극 생산시스템 1대 도입을 조건부로 검토하고 있다. 2024년 카비안(Kavian) 건식공정 플랫폼 공동개발에 착수한 뒤 잠재적 상용 배치를 논의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다만 구매계약이나 발주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사쿠와 기업인수목적회사 파이로파이트 어퀴지션 II가 지난 1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투자자 설명자료에 따르면 사쿠는 SK온을 2024년부터 협업한 파트너로 제시했다. SK온 항목에는 “생산시스템 1대에 대한 조건부 커밋먼트 레터”와 “추가 3대 논의 중”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자료의 고객 현황 표에는 이를 “최대 4대에 대한 조건부 커밋먼트 레터”로 묶은 표현도 나온다. 그러나 파트너별 세부 내역은 조건부 레터 1대와 협의 중인 3대를 분리하고 있어 4대 전체를 확약 물량으로 볼 수 없다.
같은 문서의 위험요인은 커밋먼트 레터와 비구속 주문, 관심 표명이 실제 판매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레터의 법적 구속력과 선행조건을 비롯해 장비 모델·가격·생산능력·납기·설치 장소·성능 인수기준도 공개되지 않았다. 공개된 범위에서 확정 발주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번 세부 내용은 SK온 발표가 아니라 사쿠가 증시 상장을 추진하며 작성한 투자자료에서 나왔다. 사쿠가 제시한 카비안 2000 모델별 일반 가격과 생산능력을 SK온이 검토하는 1대에 그대로 대입할 수 없는 이유다.
양사는 2024년 7월 공동개발계약을 맺고 카비안 건식공정 플랫폼의 산업화를 추진해 왔다. 당시 발표에는 설비 대수나 도입 일정이 없었지만 이번 자료는 기술 협의가 “잠재적 상용 배치를 향해 진전됐다”고 표현했다. 공동개발에서 설비 도입 검토로 단계가 구체화됐다는 의미다.
카비안은 활물질·도전재·바인더로 구성된 건식분말을 롤투롤 집전체 위에 연속으로 올린 뒤 균일화하고 압착해 전극을 만드는 방식이다. 용매로 슬러리를 만들어 도포하는 습식공정과 달리 대형 건조로와 용매 회수 공정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다만 건식공정이 바인더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사쿠는 카비안 2000이 NCM·NCA·LFP 양극과 흑연·실리콘흑연 음극을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SK온이 검토하는 설비의 화학계와 용도는 밝히지 않았다. 이를 전고체 배터리 전용 설비나 특정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용 생산라인으로 단정할 근거도 없다.
상용화의 관문은 장비 도입 자체보다 SK온의 양산 기준에 맞는 전극 균일도와 수율, 생산속도를 반복해서 입증하는 데 있다. 조건부 의향 1대가 구속력 있는 발주와 현장 인수로 이어지면 2024년 공동개발을 실제 공장 검증으로 연결하는 첫 고리가 된다. 그전까지 이번 진전의 정확한 단계는 ‘상용 도입 확정’이 아닌 ‘조건부 상용화 검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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