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자회사 한화디펜스USA(HDUSA)가 미 해군·해병대용 중형상륙함(LSM) 1척을 수주했다. 한화가 2024년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뒤 확보한 첫 미 해군 함정 건조 계약이다. 필리조선소의 지배체제를 HDUSA 중심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지 사흘 만에 실제 건조 일감이 붙었다.
미국 선박건조관리업체 토트서비스는 30일 발표문에서 지난 7월 적격 미국 조선소를 대상으로 진행한 경쟁입찰 결과 HDUSA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계약금액은 2억6900만달러로, 10월30일 원·달러 기준환율을 적용하면 약 3590억원이다. 건조는 2027년 4분기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확정 물량은 1척이다. 계약에는 3척을 추가 건조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됐지만 옵션별 금액과 행사 시기·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2억6900만달러를 네 배로 계산하거나 4척을 확정 수주했다고 보는 것은 부정확하다.
계약 구조도 미 해군의 직접 발주와는 다르다. 미 해군은 지난 7월 토트서비스에 22억달러 규모의 선박건조관리자(VCM) 원계약을 맡겼고, 토트서비스가 조선소를 선정해 하도급을 관리한다. 따라서 22억달러는 한화의 수주액이 아니며, HDUSA의 계약 상대방은 미 해군이 아니라 토트서비스다. 미 해군은 토트서비스가 조선소 성과와 설계·공급망·인도를 직접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HDUSA가 LSM급 선도함을 건조하는 것도 아니다. 미 회계감사원(GAO)이 공개한 조달 구조에 따르면 선도함 1척은 볼린저조선소, 후속 4척은 핀칸티에리 마리네트마린 지정 물량이다. HDUSA는 토트서비스의 경쟁절차에서 처음 선정된 조선사로, 이번 계약은 한화의 첫 미 해군 함정 건조 계약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LSM은 대형 다목적 상륙함과 소형 단거리 상륙정 사이의 수송 공백을 메우는 함정이다. 해병대 병력과 차량·대함미사일·보급품을 인도태평양의 섬과 얕은 연안으로 분산 이동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미 해군과 해병대는 총 35척 규모의 함대를 계획하고 있다.
기준설계는 네덜란드 다멘의 비개발형 LST 100이다. 다멘이 공개한 표준 설계는 길이 100.68m, 폭 16m로 선수와 선미 램프를 통해 병력·차량·화물을 직접 싣고 내릴 수 있다. 다만 이 수치는 기준설계 사양으로, 미 해군형의 최종 구성과 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필리조선소는 토트서비스의 VCM 방식으로 미국 해양대 훈련선인 국가안보다목적선박 4척을 이미 인도했다. 기존 건조 인력과 공급망, 토트서비스와의 사업 경험이 이번 선정의 기반이 된 셈이다. 지난 3월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 개념설계 하도급에 참여한 데 이어 실제 함정 선체 건조로 사업 범위가 넓어졌다.
HDUSA는 지난 27일 필리조선소 지배지분 인수 절차를 공식화했다. 한화시스템의 9월18일 공시에 따르면 미국 자회사가 보유한 지분 60%를 HDUSA 주도 합작법인에 2억3760만달러에 넘기는 거래로, 처분 예정일은 10월31일이다. 한화오션은 나머지 지분 40%를 유지한다.
현재까지 거래 종결 공시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수주는 지배권 이전이 완료된 뒤가 아니라 HDUSA 중심의 경영체제 전환을 발표하고 종결을 앞둔 시점에 나왔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미 연방법 10편 8679조는 예외 승인이 없는 한 미군용 선박과 주요 선체 구조물을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하지 못하도록 한다. 이번 계약의 의미는 한국에서 만든 함정을 미국에 수출하는 데 있지 않다. 한화가 미국 현지 조선소와 인력을 기반으로 미 해군 신조 시장에 직접 진입했다는 데 있다.
3척 옵션과 장기 35척 계획은 아직 한화의 확정 수주잔고가 아니다. 첫 함정을 정해진 원가와 일정에 맞춰 건조하는지가 후속 물량의 분기점이 된다. 이번 계약은 필리조선소의 군함 전환 구상이 계획 단계에서 실제 일감으로 넘어갔다는 첫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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