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P, 美 ‘10.4GW’ 데이터센터 송전 계약…AI 병목 칩에서 전력망으로

미국 전력회사 아메리칸 일렉트릭 파워(AEP)의 계열사와 비계열 고객이 오하이오주 피케턴의 10.4GW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위한 송전투자·서비스 관련 확정계약을 체결했다. 초기 800MW는 기존 송전용량으로 공급하고, 추가 용량은 2028년부터 2030년까지 순차 투입을 목표로 한 765kV 송전선 3개를 통해 제공할 계획이다. 사업예산이 약 50억달러로 제시된 이번 송전투자 계획은 AI 인프라 경쟁의 다음 병목이 칩 확보에 이어 전력망 접속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EP가 지난달 28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AEP 오하이오 트랜스미션, 오하이오 파워와 비계열 고객은 지난 8월 피케턴 데이터센터 송전투자와 관련한 확정계약을 체결했다. 보고서는 고객명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AEP는 지난 3월 같은 사업의 개발·비용부담 주체를 소프트뱅크 계열 SB에너지로 밝힌 바 있다.

새로 건설할 송전선은 각각 약 3.2GW의 증분 용량을 제공한다. 목표 가동일은 2028년, 2029년, 2030년 각 12월 31일이다. 초기 800MW는 추가 규제 승인 없이 기존 송전용량을 이용할 예정이지만 실제 통전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계약 체결이 곧 10.4GW 공급 개시를 뜻하는 것도 아니다. AEP는 PJM과 오하이오 공공유틸리티위원회,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AEP의 사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개별 선로의 위치·환경·공공필요성은 오하이오 전력입지위원회 심사도 거쳐야 한다.

최신 사업예산은 약 50억달러, 10월 30일 한국은행 기준율을 적용하면 약 6조6800억원이다. 고객은 승인된 송전비용과 적용 수익을 모두 부담하며, 다른 오하이오 파워 고객에게 비용이 배분되지 않도록 소매 서비스 계약을 설계했다.

기본 자기자본수익률은 11.35%다. 실제 프로젝트 비용과 선로별 준공 일정에 따라 10.71%로 낮아지거나 11.99%까지 높아질 수 있다. 지급 조건은 각 선로 가동 뒤 20년간 이어지며, 고객은 규제 승인 전에 발주하는 송전장비 구매비도 전액 담보해야 한다.

지난 3월 AEP가 발표한 송전투자액은 42억달러, 약 5조6100억원이었다. 최신 공시와 8억달러 차이가 나지만 AEP는 사업 범위나 비용 가정의 변경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를 곧바로 공사비 초과로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10.4GW를 서버와 가속기가 직접 소비하는 IT 용량으로 해석해서도 안 된다. AEP 보고서는 해당 수치의 측정 기준을 밝히지 않았다. 반면 SB에너지의 8월 발표는 최소 10GW의 신규 발전설비가 8 IT-GW 규모 AI 팩토리를 지원한다고 구분했다. 이 발표에서 오픈AI는 컴퓨팅 용량의 이용자, 엔비디아는 독점 컴퓨팅 인프라 공급자로 명시됐다.

미 에너지부는 이 사업에 최소 10GW의 신규 발전설비가 계획됐으며 이 가운데 9.2GW 이상이 가스발전이라고 밝혔다. 자체 발전을 함께 짓는 ‘전력 우선’ 캠퍼스조차 지역 계통과 발전원을 묶을 대규모 송전망 없이는 가동할 수 없다는 의미다. 기존 AEP 전력망에서 10.4GW를 즉시 끌어다 쓰는 사업과는 다르다.

규모도 이례적이다. AEP 오하이오가 지난 2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관할 지역 전체 고객의 피크수요는 약 8~10.5GW다. 단일 데이터센터 캠퍼스의 제안 부하가 지역 전력회사의 기존 최대수요와 맞먹는 셈이다.

AEP는 3분기에 15GW의 신규 부하 약정을 체결해 2031년 증분 계약부하가 84GW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3분기 실적 자료를 보면 84GW 가운데 확정 의무인수 전력서비스계약은 35GW이고 나머지 49GW는 약정서 단계다. 전체의 92%가 데이터센터와 가상자산 채굴 고객이지만 ‘계약부하’를 현재 가동 중인 전력수요로 읽어서는 안 된다.

AEP는 2027~2031년 자본계획을 1000억달러, 약 133조5000억원으로 확대했다. 송전 부문에만 370억달러, 약 49조4000억원을 배정했다. 같은 기간 발전에는 360억달러, 배전에는 220억달러를 투자한다. AI 투자금이 GPU뿐 아니라 초고압 변압기·리액터·차단기와 선로 부지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규제당국도 같은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미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는 지난 6월 PJM을 포함한 6개 지역 계통운영기관에 대형부하 접속 절차와 비용배분 규정을 정당화하거나 개편하라고 명령했다. 접속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데이터센터 때문에 발생한 비용이 기존 전기 이용자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하려는 조치다.

칩 부족이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수십만개의 가속기를 확보해도 전력망이 준비되지 않으면 토큰을 생산할 수 없다. 피케턴 사업은 초기 800MW를 기존 송전용량으로 공급할 예정이며, 추가 송전선은 2030년까지 순차 투입을 목표로 한다. AI 인프라 경쟁의 기준이 모델과 칩에서 부지·전력·송전권·인허가·신용보강까지 넓어지고 있다.

오윤성

오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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