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미국 조선 자회사 한화필리조선소(HPSI)가 미 선박관리업체 토트서비스(TOTE Services)와 함께 미 미사일방어청(MDA) 발주 미사일시험계측선(MRIV) 2척 건조 사업자로 선정됐다. 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러스 보트 국장이 지난 17일(현지시간) 텍사스에서 열린 미 해사청(MARAD) 국가안보다목적선(NSMV) 4번선 ‘론스타 스테이트’호 명명식에서 이 사실을 발표했다.
이번 사업에서 토트서비스는 선박건조관리자(VCM) 역할을 맡고, 실제 건조는 한화필리조선소가 필라델피아 야드에서 수행한다. MARAD와 토트서비스 사이에 이미 있던 VCM 계약체계를 그대로 활용하는 구조다. 건조 척수는 2척, 노후한 SS 퍼시픽 트래커(1965년 건조)와 SS 퍼시픽 콜렉터(1970년 건조)를 대체한다. 1번함은 ‘골든 디펜더’로 명명될 예정이며 인도 시기는 2030년 6월로 제시됐다. 2번함 인도 시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계약금액은 한화나 MDA 양쪽 모두 공식 수치를 밝히지 않았고, 밀리터리타임스·더디펜스포스트 등 외신이 두 척 합산 약 20억달러 규모로 추산했을 뿐이다. 21일 기준 원달러 환율(1달러=1480원)로 환산하면 약 2조9600억원 선으로, 국내 일부 매체가 보도한 ‘3조원대’와 맞아떨어지는 수준이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외신 추산치이지 확정 계약액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한화필리조선소는 이번 건조에 기존 NSMV 선형과 생산라인, 공급망을 그대로 쓴다고 밝혔다. MRIV는 미사일 비행시험 중 궤적을 추적하고 원격측정 자료를 수집·분석하는 특수선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차세대 미사일방어체계 ‘골든돔’ 사업을 지원하는 용도로 소개됐다.
한화는 2024년 12월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면서 향후 약 50억달러를 투입해 연간 건조능력을 1~2척에서 최대 20척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한화필리조선소가 한화디펜스USA·VARD와 컨소시엄을 꾸려 미 해군 차세대군수지원함(NGLS) 개념설계 계약을 따냈는데, 이는 인수 이후 첫 미 해군 관련 사업 참여로 꼽혔다. 이번 MRIV 수주는 규모와 성격 모두에서 그보다 진전된 두 번째 사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는 온전히 한화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실행해야 한다”며 군함·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통한 한미 조선 협력 확대를 주문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수주를 마스가라는 정부간 틀 자체가 만들어낸 발주로 단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마스가는 지난해 7월 한미 관세협상에 딸린 대미 조선업 투자 패키지를 가리키는 이름이고, MRIV 사업은 그와 별개로 이미 존재하던 MARAD·토트서비스의 VCM 계약체계, 그리고 한화가 필리조선소 인수로 확보한 ‘존스법 적격 미국 조선소’ 지위를 통해 따낸 것이다. 즉 마스가라는 프레임워크가 직접 자금을 댄 신규 발주라기보다는, 한화가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밟아 온 자체 사업 확장 궤도 위에서 나온 성과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 궤도가 마스가가 내건 방향—한화의 미국 조선업 진출 확대를 통한 미 해군·정부기관 발주 수주—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마스가 구호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지를 계속 지켜볼 근거는 된다. 관건은 마스가 투자 패키지 자금이 실제로 신규 선박 발주나 설비 투자에 투입되는 사례가 나오는가이며, 이번 MRIV는 그 전 단계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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