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 OCC서 연방 신탁은행 인가 획득…USDC 준비금 자체 커스터디 시동

USDC 발행사 서클(Circle Internet Group)이 미국 통화감독청(OCC)으로부터 연방 신탁은행 설립 최종 인가를 받았다. 서클 보도자료와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인가 대상은 ‘First National Digital Currency Bank, N.A.’로, 실제 영업명은 ‘서클 내셔널 트러스트(Circle National Trust)’다. 2026년 7월 10일 이후 개업이 가능해졌다.

준비금 관리는 아직, 자기 계열 커스터디부터

서클은 2025년 6월 30일 OCC에 신탁은행 인가를 신청했고, 같은 해 12월 조건부 승인을 받은 뒤 이번에 최종 승인이 떨어졌다. 아메리칸뱅커·더블록 보도를 종합하면 개업 초기 서클 내셔널 트러스트가 맡는 업무는 서클과 계열사 자산에 대한 수탁(fiduciary custody)이다. 정작 시장이 주목한 ‘USDC 준비금 자체 커스터디’는 아직 실행 단계가 아니라 향후 확장 계획으로 남아 있다 — 서클 측도 준비금 관리는 “미래 역량(future capability)”이라고 못 박았다. 인가된 사업계획에는 향후 은행 등 기관 고객으로 수탁 서비스를 확대할 여지도 담겼다.

그럼에도 이번 인가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서클이 신청서를 낸 원래 목적 자체가 “USDC 준비금을 연방 감독 아래 직접 관리하겠다”는 것이었고, 1년 넘게 걸린 심사 끝에 그 전제가 되는 은행 지위를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USDC 준비금은 BNY멜론 등 제3자 커스터디언과 자산운용사(블랙록 서클 준비금 펀드)를 거쳐 관리돼왔는데, 서클이 자체 신탁은행을 갖추면 이 구조를 자기 완결형으로 바꿀 길이 열린다.

미국식 해법 — 발행사를 은행화한다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다루는 방식은 뚜렷하다. 발행 규율은 2025년 제정된 GENIUS법으로 이미 정해뒀고, 그 다음 단계로 발행사 스스로가 연방 인가 금융기관이 되도록 유도한다. 서클 외에도 여러 스테이블코인·핀테크 업체가 OCC 신탁은행 인가를 저울질하는 배경이다. 발행사가 은행이 되면 준비금 커스터디·감사·자본 요건이 통째로 연방 감독망 안으로 들어온다 — 규제당국 입장에서는 준비금이 어디 있는지, 누가 만졌는지를 은행법 틀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한국은 거꾸로, 법 없이 컨소시엄만 앞서 뛴다

한국은 반대 순서로 가고 있다. 더벨·파이낸셜투데이 등의 보도를 보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안은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사이 이견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쟁점은 두 가지로 좁혀진다. 발행 컨소시엄에서 은행이 지분 51% 이상을 쥐어야 한다는 한국은행의 ‘51% 룰’과,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한정할지 일반 법인까지 열어줄지를 놓고 여야 입장이 갈린다. 법안 골격이 안 잡힌 사이 4대 금융지주를 비롯한 시중은행들은 저마다 컨소시엄을 꾸려 선점 경쟁부터 벌이고 있다. 즉 발행 자격도, 준비금 관리 방식도 법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누가 컨소시엄 주도권을 쥐느냐’ 싸움만 먼저 달아오른 모습이다.

6월 3일 지방선거로 한 차례 밀렸던 입법 일정은 실제로 하반기까지 넘어갔다. 금융위원회는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연내 제정하겠다고 재차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은 8월 17일 전당대회 이후 새 지도부와 정책위 구성이 끝나는 대로 당내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를 재가동해 9월 통합안 발의를 목표로 추진 중이나,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둘러싼 이견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다만 블록미디어 등의 보도에 따르면 9월까지 법안이 발의되지 않으면 연내 통과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발행사에 은행 인가를 내주며 준비금 감독 체계를 완성해가는 사이, 한국은 발행 주체조차 법으로 정하지 못한 채 은행들만 시장을 앞서 나가는 대비 구도가 굳어지는 셈이다.

백승호

백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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