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화감독청(OCC)·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연방준비제도(Fed)·금융범죄단속반(FinCEN)·신용조합청(NCUA) 등 5개 연방기관이 GENIUS Act가 정한 법정 시한인 지난 18일까지 스테이블코인 이행 최종규칙을 확정하지 못했다. OCC는 지난 2월 25일 발표한 제안규칙(OCC Bulletin 2026-3)을 3월 2일 연방관보에 게재했고, FDIC도 이와는 별도로 4월 7일 자체 건전성 규칙안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재무부가 낸 4건을 포함해 지금까지 나온 제안규칙만 10건 안팎이며, 5개 기관 공동의 고객확인(CIP) 규정안은 8월 21일까지로 의견수렴 기간이 늘어졌다.
다만 제안규칙에 담긴 자본금 하한과 예금보험 배제 조항은 은행 중심 설계로 가닥을 잡아가는 한국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에 그대로 참고 사례가 된다.
자본금 하한, 발행 문턱을 세우다
OCC가 지난 2월 25일 발표하고 3월 2일 연방관보에 게재한 제안규칙(OCC Bulletin 2026-3)에 따르면 연방인가 지급형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자는 코인 발행 전에 최소 500만달러(약 69억원)의 유형자본을 갖춰야 한다. 규칙안을 분석한 로펌 채프먼앤커틀러(Chapman and Cutler)에 따르면 즉시상환 요구에 대비해 준비자산의 10%를 당일 환금 가능한 형태로 보유하도록 하는 3단계 유동성 프레임워크도 함께 제시됐다. 두 조항 모두 아직 제안 단계로, 최종 확정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FDIC는 이와는 별도로 4월 7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자체 제안규칙에서 감독 대상 발행업자에 액면가 기준 2영업일 내 상환 의무를 부과했다. OCC·FDIC 두 기관이 각각 자본·유동성·상환 세 축을 규제해 코인런(대량 인출 사태)을 초기에 차단하겠다는 설계로 풀이된다.
“예금보험 아니다” 를 법으로 못박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예금보험 배제 조항이다. GENIUS Act는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정부의 신용으로 보증된다거나 예금보험 대상이라는 표현 자체를 금지한다. 법무법인 메이어브라운(Mayer Brown)과 아놀드앤포터(Arnold & Porter)의 규제 분석에 따르면 FDIC도 이번 규칙 제정 과정에서 “발행업자가 은행 계열이라도 보유자에게 패스스루(pass-through) 예금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시했다.
준비자산이 예금보험 가입 은행에 예치돼 있더라도, 그 보험은 발행업자 법인 앞으로만 걸릴 뿐 코인을 들고 있는 최종 이용자에게는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은행이 발행 주체가 되더라도 예금과 스테이블코인 사이에 방화벽을 분명히 긋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왜 ‘은행 중심’으로 가려 하나
한국은 정반대 순서로 논쟁이 진행 중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8월 19일 국회 답변에서 비은행 사업자에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면 기존 은행 중심 금융구조에 예상치 못한 충격이 갈 수 있다며, 우선 은행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헤럴드경제·한국일보 등이 당시 이 발언을 보도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해 12월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 과정에서 초기에는 은행이 지분 50%+1(과반 1주)을 갖는 컨소시엄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제한하는 방안을 국회에 전달한 것으로 서울경제·인베스트조선 등이 보도했다. 이후 이 지분 요건을 50% 밑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져, 구체적 수치는 아직 유동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과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2025년 7월 28일 각각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이용자 보호·감독권한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두 법안 발의 이후 업계에서는 이를 ‘한국판 GENIUS Act’로 부르기 시작했다.
예금보험 여부가 핵심 쟁점인 이유
문제는 은행 중심 설계를 택하더라도 미국처럼 예금보험과의 경계를 명확히 그을 수 있느냐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12월 22일 낸 이슈보고서(25-23)에 따르면, 국회에 발의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가운데 김현정 의원 대표발의안(의안번호 12298, 2025년 8월 21일 발의)이 유일하게 예금보험공사의 상환자금 지원 규정을 담고 있다. 다수 이용자가 한꺼번에 상환을 청구해 발행인에게 일시적 자금 부족이 생기면, 예금보험공사가 발행인이 별도 관리 중인 준비자산 범위 내에서 상환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같은 보고서는 이 방식이 예금보험공사에 스테이블코인 상환 유동성 공급 의무를 지우는 셈이어서, 예금자 보호라는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지를 두고 논란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법 조문 단계에서부터 “예금보험 아님”을 못박아 은행 발행 여부와 무관하게 보호 경계를 그은 것과 달리, 한국은 국회에 발의된 법안 중 일부(김현정 의원안)에서 은행이 아닌 예금보험 인프라를 상환 지원에 끌어다 쓰는 방향까지 검토되고 있는 셈이다.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좁히는 것과 예금보험 재원을 스테이블코인 상환에 동원하는 것은 전혀 다른 층위의 문제라는 점이 이번 미국 제안규칙 비교에서 드러난다.
남은 리스크
미국에서도 자본금 하한과 유동성 비율이 지나치게 낮아 코인런 상황에서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 법정 시한을 넘긴 만큼 최종규칙이 언제 확정될지는 불투명하며, 은행·핀테크 업계 일각에서는 확정 이후에도 세부 가이드라인을 둘러싼 이의제기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내 입법은 아직 발의 초기 단계로, 예금보험공사 상환 지원 조항을 포함한 핵심 쟁점들이 법안마다 다르게 제시된 채 정리되지 않았다. 은행 중심 설계로 안전판을 마련한다는 취지가 예금보험 재원의 성격을 흐리는 결과로 이어질 경우 오히려 이용자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짚어둘 필요가 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