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7월 둘째 주를 사이에 두고 상반된 두 통보를 받았다. 7월 2일 방위사업청은 7조8000억원 규모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오션을 선정했다. 나흘 뒤인 7월 6일, 캐나다 정부는 최대 60조원 규모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를 낙점했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정부 발표를 인용한 국내 보도에 따르면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은 예비공급업체로 밀려났다.
KDDX 사업은 6000톤급 구축함 6척을 국내 기술로 상세설계하고 선도함을 건조하는 프로젝트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경쟁자 HD현대중공업을 0.5867점 차이로 제쳤다. 아주경제 등 국내 보도에 따르면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에 1.2점의 보안 감점을 적용했는데, 이는 2013년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KDDX 개념설계도 등 해군 기밀 12건을 불법 취득해 사내에 공유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관련자 9명 중 8명은 2022년 11월, 나머지 1명은 2023년 12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됐다. 방사청은 애초 두 판결을 하나로 묶어 1.8점을 감점하려다 별도 사안으로 재판단해, 올해 12월까지 1.2점을 추가 적용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 감점이 사실상 이번 승부를 갈랐다는 평가다.
캐나다 CPSP는 노후한 빅토리아급을 대체하는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 도입 사업으로, 건조비에 30년 유지·보수·운영(MRO) 비용까지 더하면 사업 규모가 60조원에 이른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과 컨소시엄을 꾸려 장보고-Ⅲ(KSS-Ⅲ) 배치Ⅱ를 앞세웠지만, 캐나다 정부는 TKMS의 Type 212CD를 택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를 “최적의 플랫폼이자 파트너십”이라고 밝혔다. Type 212CD는 TKMS가 독일·노르웨이에 공동 건조 중인 기종으로, 나토(NATO) 회원국 간 정비·부품 호환성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오션은 예비공급업체 지위를 확보해 TKMS와의 협상이 틀어질 경우 대체 사업자로 참여할 여지는 남겼다. 알파경제 등에 따르면 소식이 전해진 7월 7일 오전 10시27분 기준 한화오션 주가는 전일 종가 11만6100원 대비 2만6200원(22.57%) 내린 8만9900원까지 밀렸다.
같은 주에 정반대 결과가 겹친 건 우연이 아니라 두 사업의 승부처가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KDDX는 국내 발주라 기술 점수와 가격, 그리고 방산업체 특유의 변수인 보안 이력이 승부를 갈랐다. 반면 캐나다는 기술력이나 납기,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지정학 프레임이 작동했다. 한화오션이 빠른 인도 일정과 폭넓은 산업협력 패키지를 제시했음에도, 캐나다는 결국 나토 동맹 네트워크 안에서 이미 검증된 유럽 잠수함 생태계를 택했다. HD현대중공업이 같은 주에 국내에서는 경쟁자, 해외에서는 컨소시엄 파트너였다는 점도 특수선 시장의 이중적 구도를 보여준다.
한화오션의 특수선 확장 전략은 이번 주를 기점으로 방향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KDDX로 국내 해군 함정 물량을 6척 규모로 안정적으로 확보한 것은 성과지만, 캐나다 탈락은 나토 중심 서방 잠수함 시장 진입이 얼마나 높은 벽인지 재확인시켰다. 한화오션은 이미 미국 필리조선소를 거점 삼아 상선-특수선-군함 순으로 현지화를 넓히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고, 그리스·사우디아라비아·모로코·이집트·필리핀·페루 등 나토 바깥의 잠수함·수상함 시장으로도 수주 활동을 벌이고 있다. 캐나다에서 얻은 예비공급업체 지위는 당장의 수주는 아니지만, TKMS와의 협상이 순조롭게 끝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다. 결국 한화오션의 특수선 사업은 국내 물량을 발판 삼아 나토 밖 신흥 시장과 미국 현지화라는 두 축으로 확장 경로를 좁혀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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