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일렉트릭이 올해 연간 수주 목표를 기존 42억2200만 달러(6조4770억원)에서 51억8500만 달러(7조9543억원)로 22.8% 올려 잡는 정정 공시를 냈다. 지난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오른 실적전망 정정 신고서는 그 사유로 전력변압기·배전기기·회전기기 등 주요 제품군의 수주 확대를 들었다. 미국 전력망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초고압 송전 설비 증설에 나서면서, 한국 중전기 업체가 그 공급망의 좁은 병목 지점에 서게 됐다는 뜻이다.
정정 신고서가 지목한 첫 번째 품목은 765kV 초고압변압기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9월 22일 미국 텍사스 최대 전력회사와 2778억원 규모 765kV 변압기·리액터 공급 계약을 맺었는데, 이는 창사 이래 단일 계약 기준 최대 규모였고 공급 물량은 2029년 인도 예정이다. 올해 5월에도 1730억원 규모 765kV 변압기·리액터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배전기기는 북미 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른 배전변압기 수요 증가, 회전기기(전동기)는 데이터센터 전력공급원으로 육상발전기 채택이 늘어난 점이 각각 목표 상향의 근거로 명시됐다.
765kV가 지금 이 국면의 핵심 자재로 떠오른 이유는 단순하다. 345kV 변압기보다 송전 용량이 5배 크면서 전력 손실률과 건설 원가는 오히려 낮아, 장거리 대용량 송전에 쓰는 최대 전압 사양이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 한 곳이 요구하는 전력이 수백 메가와트에서 기가와트 단위로 뛰면서 미국 전역에서 송전망 자체가 병목이 됐고, 그 병목을 뚫는 신설 초고압 노선마다 765kV 변압기가 필요해진 것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1999년 신서산 변전소 공급 이후 국내외에 160대 이상을 납품한 이력으로, 이 좁은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소수 업체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상향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회사가 2027년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인 미국 앨라배마 2공장 증설이 아직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 선제적 수주가 붙었다는 점이다. 생산능력 확장과 수주 확대가 동시에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다. 여기에 전력변압기 한 품목이 아니라 배전기기·회전기기까지 세 품목군이 동시에 데이터센터 특수를 타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 호재가 일회성 대형 계약이 아니라 미국 전력 인프라 공급망 전반에 걸친 구조적 수요라는 점을 보여준다.
▶ 해설 — 765kV는 미국 내 상용 송전전압 중 최고 등급으로 신규 인가·건설에 통상 수 년이 걸린다. 공급 가능 업체가 소수라 발주처가 완공 훨씬 전에 미리 계약을 걸어두는 경우가 많고, 이번 2029년 인도 계약도 그 사례다. 데이터센터발 수요가 변압기 리드타임을 밀어 올리는 구도라, 수주와 실제 매출 인식 사이의 시차를 감안해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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