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7조원’ 필리조선소 확장 뉴저지서 좌초…남부 주로 눈길

한화가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 증설을 위해 추진하던 미국 뉴저지주 폴즈보로 항만 부지 확보가 최종 무산됐다. 항만 운영사와의 소송전 끝에 지난 3월 협상을 접은 한화는 다섯 달째 미국 남부 여러 주로부터 대체 부지 제안서를 받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이끄는 50억달러 규모 필리조선소 현대화 계획이 부지 확보라는 첫 관문에서부터 발이 묶인 셈이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보도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해 12월 폴즈보로 부지 임대권을 넘겨받기로 합의했다. 이 부지는 해상풍력 부품업체 EEW(EEW American Offshore Structures)가 보유하고 있던 곳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해상풍력 사업을 중단시키면서 비어 있던 상태였다. 그러나 폴즈보로항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항만 운영사 홀트 로지스틱스가 임대권 양도에 반대하며 소송을 냈고, 이 부지를 제조 시설이 아닌 컨테이너·산적화물 전용 해상터미널로 개발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연방·주·지방 정부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결국 지난 3월 협상을 철회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콰이어러에 “적대적인 임대인과 더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필리조선소는 현재 도크 2개로 연간 상선 1~1.5척 건조가 한계인 노후 시설이다. 한화는 도크 2개와 안벽 3개를 추가로 확보해 건조능력을 연 최대 20척까지 끌어올리고 최대 1만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계획을 지난 1월 공개했다. 50억달러(9일 원/달러 환율 1420원대 기준 약 7조1000억원) 규모인 이 투자는 한화가 단일 사업장에 집행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한국 조선업계가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 공언한 1500억달러 투자 패키지 ‘메이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의 상징적 사업이다. 한화오션은 이와 별개로 2024년 8월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MRO) 사업을 보급함 USNS 월리 시라로 처음 수주했고, 이후 유조보급함 USNS 유콘 등을 추가로 따내며 해군 함정 MRO 클러스터 구축을 추진 중이다. 필리조선소의 연 20척 건조능력 확대 목표는 상선 부문에 해당하는 수치로, 해군 MRO 수주 실적과는 별도 사업 트랙이다.

폴즈보로가 무산된 배경에는 미국 항만 인프라 특유의 복잡한 소유·운영 구조가 있다. 부지 소유자와 실제 통제권을 쥔 운영사가 분리돼 있는 경우, 정부 간 협정이나 연방 차원의 지지만으로는 계약이 성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번 사례가 보여준다. 한화가 남부 주들의 제안을 검토하며 시간을 벌고 있지만, 새 부지를 확정하고 도크를 건설해 가동에 들어가기까지는 다시 수년이 걸린다. MASGA가 조선업계와 양국 정부 차원에서는 순항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 이행은 이런 부지 확보·인허가 같은 실무 단계에서부터 지연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최도현

최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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