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이 지난해 8월 1일 폴란드 군비청과 체결한 65억달러(2026년 8월 13일 기준 원/달러 환율 1,413원 적용, 약 9조1845억원) 규모 K2 전차 2차 이행계약의 자금조달 구조가 최근 1년 새 윤곽을 드러냈다. 유럽연합(EU)의 공동무기구매기금 세이프(SAFE)는 이 계약의 결제 재원이 아니라, 한국수출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K-SURE)의 대출·보증이 계약금 대부분을 떠받치는 동안 폴란드가 다른 국방 소요에 쓸 예산 여력을 늘려주는 우회 보완 재원이다. 국내 보도 대부분이 계약 물량과 총액에 집중한 사이, 이 재원조달 방식이 이라크·루마니아 등 후속 수출전에서도 되풀이될 템플릿이라는 점은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
머니투데이와 시티타임스에 따르면 2차 이행계약은 폴란드형 K2(K2PL) 64대와 기존 K2GF 116대, 구난전차·교량전차·공병전차 등 계열차량 81대, 정비(MRO)·교육을 포함한다. K2GF 116대는 2026~2027년, K2PL 64대는 2028~2030년 인도되며 K2PL 중 최초 3대만 창원에서 만들고 나머지 61대는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 산하 부마르-와벵디 공장에서 현지 생산한다고 해외 방산매체 디펜스인더스트리유럽(Defence Industry Europe)과 암리레커그니션(armyrecognition.com)이 전했다.
계약 체결 직후 금융 조건을 둘러싼 잡음이 있었다. 서울경제 보도(2025년 8월)에 따르면 폴란드 국책개발은행 BGK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제시한 5%대 보험료율이 영국 등 다른 국가의 방산 수출금융 조건보다 높다며 거부했고, 업계에서는 계약 발효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글로벌이코노믹 보도(2025-12-30)는 이 신용 협상이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고 전했고, 같은 매체는 올해 7월 19일 수출입은행과 K-SURE가 BGK와 업무협약을 맺어 계약금의 약 80%인 52억달러(약 7조3476억원) 규모 수출금융을 공식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방코 산탄데르와 산탄데르 폴란드가 이 신용보증을 바탕으로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했고, 조달된 자금은 폴란드의 군대지원기금(FWSZ)으로 유입된다.
같은 시기 EU는 1500억유로 규모 SAFE 기금의 집행 요건을 정비했다. 2개 이상 회원국이 공동으로 구매할 때만 자금을 지원하고, 무기 가치의 65% 이상이 EU 역내(또는 EEA·우크라이나)에서 생산돼야 한다는 조건이다. 비EU 공급자의 부품가치 비중은 원칙적으로 35%를 넘을 수 없다. 한국이 EU와 맺은 안보국방파트너십(SDP) 지위를 근거로 별도 협정을 맺으면 이 상한을 완화할 여지가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지만, 폴란드-한국 K2 건에 개별 적용된 사례는 이번 취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즉 K2 2차 계약 전체를 SAFE 자금으로 결제하기는 요건상 쉽지 않다. 폴란드는 K2 몫을 한국 수출금융으로 조달하는 대신, SAFE 저리대출로 다른 국방 소요의 자국 예산 부담을 던다는 뜻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가 더구루에 “한국의 금융이 폴란드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상호 보완적 재원”이라고 설명한 대목이 이 구조를 요약한다. SAFE는 EU 회원국의 공동구매·역내생산 요건이 걸린 자금이라 한국 기업이 직접 수혜자가 되기 어렵고, 수출입은행·K-SURE의 대출·보증은 그 요건 밖에서 별도로 움직이는 재원이다. 두 재원이 “겹친다”는 건 같은 돈이 흘러들어간다는 뜻이 아니라, 폴란드의 국방예산 전체 여력이 두 트랙에서 동시에 늘어난다는 의미에 가깝다.
같은 구조가 다음 수출전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밀리터리 전문매체 밀리충전과 디일렉에 따르면 이라크는 250대 규모, 9조원 안팎의 K2 도입을 검토 중이고 중동형 K2 개발이 2026년 1분기 완료를 목표로 진행돼왔다. 루마니아는 216대, 약 11조원 규모 사업의 사전승인요청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더구루가 지난달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 216대 2단계 사업의 경쟁구도는 현대로템·라인메탈·KNDS 3파전이다. 루마니아 1차 사업에서 이미 도입이 끝난 미국 에이브럼스(GD)는 이번 신규 사업 경쟁사 명단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이라크는 EU 비회원국이라 SAFE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수출입은행·K-SURE가 현지 개발은행 신용보증을 매개로 신디케이트론을 구성하는 골격 자체는 그대로 옮겨 쓸 수 있다. EU 회원국인 루마니아는 폴란드 사례처럼 SAFE와 한국 수출금융이 병행되는 구도가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더 높다. 폴란드 2차 계약의 진짜 의미는 9조1845억원이라는 액수가 아니라, 이 재원조달 방식이 실전에서 검증됐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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