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토허구역 ‘세 낀 집’ 2029년까지 입주 유예…거래절벽 완화 나서

세입자가 사는 아파트는 매물로 나와도 계약까지 이어지기 어려웠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매수자가 넉 달 안에 입주해야 해 임대차 만기와 실입주 날짜가 맞지 않으면 거래가 막혔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 틈을 넓혀 세입자의 갱신계약 기간에도 집을 사고팔 수 있도록 했다.

유예 신청 내년 말까지…갱신 2년도 인정

국토교통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임대주택의 실거주 의무 유예 신청 기한을 2026년 12월 31일에서 2027년 12월 31일로 1년 연장한다고 17일 밝혔다. 기존 임대차계약의 남은 기간뿐 아니라 한 차례의 갱신계약도 최장 2년까지 유예 대상으로 인정한다.

정부는 관련 내용을 담은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안을 18일 입법예고하고 10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시행일 현재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이 대상이다.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최장 유예기간은 3년 3개월이다. 2027년 말까지 유예를 신청하고 갱신계약 기간을 모두 인정받으면 매수자의 입주는 2029년 12월 31일까지 미뤄질 수 있다. 갱신계약이 없다면 기존 계약의 최초 종료일까지로 제한돼 늦어도 2028년 9월 30일까지 입주해야 한다.

다만 유예 신청 전에 갱신계약을 체결해야 하고, 갱신 기간도 2026년 10월 1일부터 2027년 12월 31일 사이에 시작돼야 한다. 집을 산 뒤 등기를 마치는 기한은 종전처럼 토지거래허가일로부터 4개월이다.

무주택 매수자만 허용…2년 실거주는 그대로

이번 조치는 토허제의 실거주 원칙을 없앤 것이 아니다. 매수자는 지난 5월 12일부터 주택을 계속 보유하지 않은 무주택자여야 한다. 유예기간이 끝나 입주한 뒤에는 2년 동안 실제 거주해야 한다.

이미 보유한 집을 처분할 예정인 일시적 2주택자는 대상이 아니다. 세입자가 없는 빈집에 새 임대차계약을 맺은 뒤 유예를 신청하는 방식도 허용되지 않는다. 정부가 거래 허용 대상을 기존 임대차가 유지되는 주택으로 한정한 것은 신규 갭투자를 막기 위해서다.

현재 서울 전역과 경기 15개 지역은 토허구역이면서 조정대상지역이다. 이곳에서 의무임대기간이나 정비사업의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때문에 매각할 수 없는 등록임대주택은 거래 제한이 해소된 시점부터 별도의 15개월 동안 유예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연합뉴스

가격은 오르는데 허가 신청은 4개월째 감소

정부가 지난 5월 도입한 특례를 넉 달 만에 다시 손본 배경에는 가격 상승과 거래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는 시장의 엇갈린 흐름이 있다.

서울시 집계에서 8월 서울 아파트 토지거래허가 신청은 3012건으로 전월보다 34.8% 감소했다. 4월 8896건을 정점으로 5월 6011건, 6월 5277건, 7월 4618건에 이어 4개월 연속 줄었다. 서울 전역이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지난해 10월 이후 월간 최저치다.

반면 허가 신청 주택의 가격은 8월에도 전월보다 0.17% 상승했다. 서울시 토지거래허가 집계 한국부동산원 실거래가격지수 역시 7월 서울 아파트값이 한 달 전보다 1.93%,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56%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의 한국부동산원 자료 분석 거래량은 줄었지만 체결된 거래의 가격은 오르는 ‘가격 상승 속 거래절벽’이 이어진 셈이다.

기존 유예제도의 시장 영향도 제한적이었다. 8월 실거주 유예 신청은 135건으로 전체 토허 신청의 4.5%에 그쳤다. 7월에는 211건으로 전체 4618건의 약 4.6%를 차지해 비슷한 비중이었다. 신청 기한만 늘리지 않고 갱신계약까지 인정한 것은 거래 가능한 매물의 범위 자체를 넓히려는 조치로 읽힌다.

매물 잠김 풀지만 대출·입주 불확실성은 남아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주택 매도는 가능했다. 이번 조치로 달라지는 것은 세입자가 갱신계약을 맺은 주택도 토허구역에서 무주택자에게 거래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이다. 세입자도 집이 팔린다는 이유만으로 계약 종료와 동시에 퇴거해야 하는 압박을 덜게 된다.

그러나 실제 거래 회복 폭은 제한될 수 있다. 실수요자는 수년 뒤의 입주 시점에 맞춰 잔금과 현재 거주지 처분 일정을 짜야 한다. 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도 그대로다. 유예 신청을 확대한 것만으로 4월 이후 줄어든 거래가 곧바로 되살아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전월세 시장에는 양면성이 있다. 갱신 기간에는 임대주택이 유지되지만 유예 종료 뒤 매수자가 입주하면 해당 주택은 전월세 시장에서 빠진다. 이번 조치는 공급을 늘리는 대책이라기보다 임대차 존속과 매매를 병행할 수 있게 만든 한시적 거래 보완책에 가깝다.

문지호

문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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