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마다 적격 수탁기관이 없는지를 다시 확인하는 조건으로 미국 등록 투자자문사가 고객의 ‘자금 또는 증권’에 해당하는 가상자산을 직접 보관할 길이 열린다. 규제 펀드는 증권 또는 유사 투자자산에 해당하는 가상자산이 대상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일 관련 수탁 규칙 개정안을 공개했다.
SEC 규칙안에 따르면 등록 투자자문사는 충분한 조사를 거쳐 해당 가상자산을 맡을 적격 수탁기관이 없다고 판단한 경우 고객 자산을 직접 수탁할 수 있다. 등록 투자회사와 기업개발회사(BDC)도 운용사를 통해 같은 방식을 이용할 수 있지만, 이사회가 운용사의 분기 보고를 검토하고 최소 매년 한 번 해당 자산이 합리적인 주의 아래 보호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다만 여기서 자체 수탁은 투자자가 개인 지갑에 자산을 보관한다는 뜻이 아니다. 헤스터 피어스 SEC 위원은 운용사가 고객 자산의 수탁자 역할을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운용사는 가상자산별 보관 전문성을 입증하고 개인키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 자산 이전에는 지정된 2명 이상의 공동 승인이 필요하며, 각 가상자산 주소에는 해당 고객의 자산만 보관해야 한다. 연례 사이버보안 점검과 독립 회계법인의 내부통제 보고서, 분기별 계좌명세 제공도 요구된다.
개정안은 일정 요건을 갖춘 주 인가 신탁회사도 가상자산 수탁기관으로 인정한다. 운용사와 펀드는 해당 회사가 주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았는지 매년 확인하고 감사 재무제표와 내부통제 보고서를 검토해야 한다. 고객 자산과 신탁회사 고유자산의 분리도 의무다.
이는 은행과 일부 수탁업체에 집중됐던 보관 선택지를 넓히는 조치다. SEC는 신생 가상자산의 경우 이를 기술적으로 보관할 적격 기관이 없어 펀드 편입이 막힐 수 있다고 예시했다. 실제 편입이 무산된 사례가 확인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SEC는 지난달 17일 조건부 면제 명령을 통해 토큰화증권거래장소(TSV)의 거래소 등록과 일부 유동성공급자의 딜러 등록을 5년간 조건부로 면제했다. 허가형 자동시장조성자와 유동성 풀에서 토큰화된 미국 상장주식을 거래하도록 한 조치로, TSV를 통한 신규 발행과 최초 공모는 허용하지 않았다.
이번 수탁안까지 시행되면 거래 이후 자산을 누가 보관할지를 둘러싼 제도 공백도 줄어든다. 토큰화 주식을 기관 포트폴리오에 넣기 위한 시장 인프라가 거래 장소에서 운용사의 보관 체계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규칙안이 모든 펀드에 모든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문사에는 고객의 자금 또는 증권, 규제 펀드에는 증권 또는 유사 투자자산에 해당하는 가상자산에만 수탁 규정이 적용된다. 최종 채택 전까지 자산별 법적 지위도 별도로 따져야 한다.
운용사가 투자 판단과 자산 보관을 함께 맡는 데 따른 이해상충과 해킹·개인키 유실 위험도 남는다. 통제 시스템과 외부감사 비용은 중소 운용사에 새로운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확정 규칙이 아닌 제안 단계다. SEC는 연방관보 게재 뒤 60일간 의견을 받은 후 최종안을 결정한다. 제도 시행 시점과 구체적인 적용 범위는 심의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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