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자이 디그니티, 보류지 3가구 ’25억’…신축 수요 시험대

서울 지하철 5호선 양평역 2번 출구를 나오면 저층 주택과 공장 사이로 최고 35층짜리 신축 단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3월 입주를 시작한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다. 입주 7개월째를 맞은 이 단지 13층의 전용 84㎡ 세 집이 시장에 값을 묻는다.

양평제1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이 13일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에 낸 공고에 따르면 매각 대상은 103동 1301호 전용 84㎡C, 1302호 84㎡B, 1303호 84㎡A다. 세 가구 모두 기준가격은 25억원으로, 기준가격 이상 최고가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동·호별로 매각한다. 세 가구의 기준가격을 합하면 75억원이다.

입찰은 오는 22일 오후 5시까지 조합 사무실에서 받는다. 입찰보증금은 가구당 1억원이며 개찰은 같은 날 오후 5시30분이다. 낙찰자는 입찰보증금 1억원을 포함해 낙찰가의 10%를 계약금으로 내고 계약 후 60일 안에 나머지를 완납해야 한다. 조합은 낙찰자를 위한 대출을 알선하지 않는다.

단지는 지하 2층~지상 35층, 4개 동, 707가구 규모다. 조합 공고는 잔금 납부와 관리사무소 확인이 끝나면 즉시 입주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준공일과 기존 입주지정기간, 소유권보존등기 및 이전등기 완료 여부는 이번 공고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입찰의 핵심은 25억원이라는 기준가격이다. 서울시 공개 실거래 신고자료를 가공한 DBRITZ 집계를 보면 같은 단지 전용 84.835㎡는 지난 4월 25일 26층이 21억4000만원, 30일 5층이 20억2000만원에 중개거래됐다. 해제 신고를 제외한 가격이다.

보류지 기준가격은 두 거래보다 각각 3억6000만원과 4억8000만원 높다. 비율로는 약 16.8~23.8% 웃돈다. 다만 두 실거래는 84㎡B형이고 보류지는 A·B·C형이 한 가구씩이다. 층·향·평면도 달라 25억원을 곧바로 시세로 볼 수는 없다. 기준가격은 조합이 정한 최저입찰가일 뿐 실제 매수자가 지불한 실거래가도 아니다.

이 단지는 가격 매력이 컸던 청약에서 수요를 이미 확인했다. 2023년 일반분양 때 98가구 모집에 1만9478명이 신청해 평균 198.76대 1을 기록했다. 당시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결과를 인용한 한국경제 보도에 따른 수치다. 지난 3월에는 전용 84㎡B 한 가구가 2023년 분양가를 적용한 11억7770만원에 다시 공급되자 6만9609명이 몰렸다. 이 수치는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결과를 인용한 뉴스1 보도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번 입찰은 ‘로또 청약’과 성격이 다르다. 출발가격부터 3월 재공급가의 두 배를 넘고, 추첨이 아니라 가장 높은 가격을 쓴 사람이 낙찰받는다. 청약 경쟁률이 시세차익을 노린 관심의 크기였다면, 이번 낙찰가는 시장가격에 가까운 돈을 실제로 낼 수요가 얼마나 남았는지를 보여준다.

자금 조달 조건도 낙찰가를 누를 변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의 명목상 최대한도는 시가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이다. LTV와 DSR이 먼저 적용돼 실제 대출 가능액은 더 줄 수 있다.

다만 대출 구간은 낙찰가 자체가 아니라 대출신청일의 한국부동산원 가격이나 KB 일반평균가 등 금융회사가 인정한 시가로 판단한다. 낙찰가가 25억원을 넘었다고 무조건 대출한도가 2억원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조합이 대출을 알선하지 않고 잔금 기한도 60일인 만큼 현금 동원력이 입찰 결과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세 가구가 모두 25억원을 웃도는 가격에 팔리면 양평역 역세권 신축에 대한 수요가 시세차익 청약을 넘어 실제 매수 단계에서도 버틴다는 신호가 된다. 반대로 유찰되거나 기준가격 부근에서 낙찰되면 조합이 제시한 25억원과 신고된 시장가격 사이의 간격이 확인된다. 표본은 세 가구뿐이지만 이 단지의 가격 눈높이를 확인할 공개입찰이라는 점에서 개찰 결과가 주목된다.

문지호

문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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