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영등포1-11구역에서는 내년 이주를 앞두고 대체 거주지를 찾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서울경제에 따르면 조합 관계자는 서울의 높은 전셋값 때문에 경기 지역으로 옮겼다가 입주 때 돌아오는 조합원이 많고, 서울에 남는 비율은 30~40% 정도라고 전했다. 정비사업은 속도를 내지만 이주민을 받아줄 새집은 다른 권역에 들어서는 공급 불일치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서남권 이주 물량, 입주의 3.4배
한국부동산원과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실 집계에 따르면 2027년 서울에서 청년안심주택을 제외한 30가구 이상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1만6731가구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따른 이주 예정 물량은 1만3446가구로, 서울 전체만 보면 입주가 이주보다 3285가구 많다.
문제는 권역별 위치가 어긋난다는 점이다. 영등포·강서·양천·구로·금천·동작·관악구를 묶은 서남권에서는 5604가구가 이주할 예정이지만 입주 물량은 1651가구에 그친다. 이주가 입주의 3.4배이며 단순 차이도 3953가구에 달한다. 서울 전체 이주 예정 물량의 41.7%가 서남권에 집중되는 셈이다.
이 수치를 곧바로 3953가구의 주택 부족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이주 가구 가운데 경기·인천 등으로 이동하는 가구가 있고, 새 아파트 입주 물량 전부가 임대시장에 나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주 시기가 겹칠 경우 기존 전월세 매물을 놓고 경쟁하는 수요가 단기간에 늘어날 가능성은 크다.
신축 절반은 동남권에 몰렸다
강남·서초·송파·강동구로 구성된 동남권의 내년 입주 예정 물량은 8046가구다. 서울 전체의 48.1%가 네 개 자치구에 들어선다. 이주 물량은 2922가구로, 입주가 이주의 약 2.8배다.
동북권도 공급보다 이주가 앞선다. 강북·광진·노원·도봉·동대문·성동·성북·중랑구의 입주 예정 물량은 3922가구, 이주 물량은 4604가구다. 이주가 입주보다 682가구, 17.4% 많다. 서울경제에 따르면 현재 이주 중인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 조합 관계자는 전월세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매물 자체도 부족해 선택지가 좁다고 설명했다.
결국 서울 전체 합계만으로는 임대차 시장의 온도를 설명하기 어렵다. 신축은 동남권에 집중되고, 철거를 앞둔 기존 주택의 거주자는 서남권과 동북권에서 더 많이 움직인다. 생활권과 통근·통학 조건 때문에 이주 수요가 인접 지역에 머물려 할수록 권역별 충격은 커진다.
전셋값은 이미 공급 부족을 반영
한국부동산원이 10월 8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2026년 10월 5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25년 마지막 조사 주 대비 동북권이 11.44% 올라 권역 중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서남권은 7.50%, 동남권은 6.14% 상승했다. 입주보다 이주가 많은 동북권과 서남권에서 전셋값 상승률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이다.
다만 권역별 이주·입주 물량만으로 전셋값의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다. 계약갱신으로 묶인 물량, 전세의 월세 전환, 금리와 대출 규제, 선호 학군과 교통 여건도 함께 작용한다. 내년 예정 물량 역시 공사와 사업 일정에 따라 실제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면서 임대주택과 임시 거처 공급을 함께 설계하지 않으면 사업이 활발한 지역일수록 주변 전월세 시장이 먼저 흔들릴 수 있다. 서울 전체에 집이 몇 가구 들어오느냐보다, 어느 생활권에서 몇 가구가 동시에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무엇이 메우느냐가 내년 임대차 시장의 핵심 변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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