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정비사업 138곳 법정 공사비 검증 미이행…16곳 특별점검

정비사업 조합 총회 자료집의 ‘공사비 변경’ 한 줄은 조합원 분담금의 출발점이다. 산출 근거가 총액 뒤에 가려지거나 법정 검증을 건너뛰면 조합원은 설계 변경인지, 자재값 상승인지 충분히 따지지 못한 채 증액안을 판단해야 한다.

시공자 선정 568곳 중 138곳 미이행

국토교통부가 14일 공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토부와 지방정부는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22일까지 시공자가 선정된 전국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568곳을 조사했다. 이 가운데 법정 공사비 검증 대상이지만 검증을 실시하지 않은 곳은 138곳이었다.

조사대상 네 곳 중 한 곳꼴인 24.3%다. 다만 138곳 모두에서 공사비 부풀리기나 조합원 피해가 확인됐다는 뜻은 아니다. 확인된 사실은 법이 정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방정부의 신청과 조사 결과를 토대로 16곳을 선정해 오는 19~30일과 다음 달 9~20일 두 차례 현장점검에 들어간다. 한국부동산원은 공사비 산출내역과 증액 사유·산정내역의 적정성을, 지방정부는 법령·조합규약 위반 여부를 점검한다. 외부 전문가는 조합 운영과 예산 집행, 용역 방법, 계약·절차의 적정성을 검토한다. 대상 사업장 명칭과 지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나머지 122곳에는 검증을 이행하도록 행정지도할 방침이다.

의무지만 벌칙 없고 결과도 계약을 묶지 못해

현행 도시정비법 제29조의2는 시공자 선정 시점에 따라 검증 기준을 나눈다. 사업시행계획인가 전에 시공자를 선정했다면 생산자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총공사비 누적 증가율이 10% 이상, 인가 후 선정했다면 5% 이상일 때 검증을 받아야 한다. 한 차례 검증한 뒤에도 공사비가 다시 3% 이상 오르면 재검증 대상이다.

조합원 또는 토지등소유자 5분의 1 이상이 요구해도 검증 대상이 된다. 그러나 조합원이 검증기관에 직접 신청할 수는 없고 사업시행자를 거쳐야 한다. 절차상 조합 집행부가 관문인 셈이다.

더 큰 빈틈은 강제력이다. 한국부동산원 공사비 검증 FAQ는 검증 미이행 자체에 별도 벌칙이 없고, 검증 결과 그대로 변경계약을 체결할 의무는 없다고 안내한다. 다만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36조에 따라 사업시행자는 검증보고서를 총회에서 공개하고 공사비 증액범위 등을 의결해야 한다. 따라서 최종 공사비가 조합과 시공자의 협상만으로 정해진다고 볼 수는 없다.

법과 공식 FAQ가 뒤바꾼 5%·10%

행정 안내도 혼선을 키우고 있다. 15일 현재 한국부동산원 FAQ는 사업시행계획인가 전 시공자 선정 사업장의 검증 기준을 5%, 인가 후 선정 사업장은 10%로 안내한다. 현행법의 ‘인가 전 10%, 인가 후 5%’와 정반대다.

이 불일치가 138곳의 미이행을 낳았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다만 조합과 조합원이 의무 대상인지 판단하는 첫 단계에서 법과 공식 안내가 엇갈린다는 점은 특별점검과 별도로 바로잡아야 할 행정 공백이다.

총액 계약의 비용은 결국 분담금으로

국토부가 2024년 내놓은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는 시공사 선정 뒤 계약 체결 전까지 시공사가 세부 산출내역서를 제출하고 이를 계약에 첨부하도록 했다. 다만 조합이 기본설계 도면을 제공하기 어려우면 시공사가 입찰 제안 때 제출한 품질사양서를 바탕으로 계약하도록 했다. 이는 총공사비만 적은 계약에서 증액 근거를 확인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보완하려는 취지다. 그러나 표준계약서는 권고안이라 실제 계약에 반영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정부가 지난 8월 시공자 선정 후 일정 기간 안에 물량과 단가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직 추진 단계인 만큼 기존 사업장의 총액 계약 공백까지 곧바로 메우지는 못한다.

공사비가 오르면 총사업비가 늘고 비례율과 조합원 권리가액이 낮아져 추가 분담금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증액분을 조합원 수로 똑같이 나눈 값이 개인 분담금은 아니다. 종전자산 평가액과 선택 평형, 일반분양 수입, 금융비용 등에 따라 부담이 달라진다.

이번 점검의 성패는 16곳 방문에 그치지 않고 원계약서와 설계변경, 물량·단가 산출서, 검증보고서, 최종 변경계약을 한 줄로 연결해 공개하는 데 달렸다. 행정지도를 받는 122곳까지 실제 검증을 마치고 결과를 조합원에게 공개해야 ‘네 곳 중 한 곳’이라는 계약의 빈틈이 분담금으로 전가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문지호

문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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