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입량 줄어도 수입액 18.9%↑…엔저·에너지값에 5개월째 적자

5366억엔. 일본이 9월 기록한 상품무역 적자다. 일본 재무성의 무역통계 속보에 따르면 적자액은 전년 동월보다 93.2% 늘며 5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1810억엔의 약 3배다.

수입액은 11조5088억엔으로 18.9% 증가했지만 수입 수량지수는 오히려 1.6% 하락했다. 반면 수입 가격지수는 20.8% 상승했다. 상품을 더 많이 들여와서가 아니라 같은 물량을 확보하는 데 더 많은 엔화를 지불한 결과다.

통관 적용 환율은 달러당 평균 157.43엔으로 전년보다 6.7% 엔저였다. 재무성 통계만으로 환율과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기여도를 정확히 분리할 수는 없지만, 엔화 약세와 높은 수입단가가 겹쳤다는 점은 분명하다.

광물성연료 수입액은 39.4% 늘어 전체 수입 증가율을 6.9%포인트 끌어올렸다. 원유 수입액은 51.1% 증가했지만 물량 증가는 3.1%에 그쳤다. LNG는 물량이 7.3% 줄었는데도 수입액이 39.2% 늘었고, 석탄도 물량은 1.0% 감소한 반면 금액은 26.9% 증가했다.

중동 공급 불안에 대응한 조달처 다변화도 비용을 높였다. 미국산 원유 수입액은 819.7%, 물량은 513.8% 급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9월 원유 수입 물량에서 미국산 비중은 33.4%로 높아졌고, 4~9월 수입 물량과 금액은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국제에너지기구의 10월 석유시장 보고서는 중동 충돌 재격화와 운임 상승을 9월 국제유가 급등의 배경으로 꼽았다. 통관 수입액에는 운임과 보험료도 포함돼 공급경로가 길어질수록 일본의 실제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수출은 10조9723억엔으로 16.7% 증가했다. 반도체 등 전자부품이 49.4%, 반도체 제조장비가 43.9%, 자동차가 15.1% 늘며 수출을 받쳤다. 미국과 중국 대상 수출도 각각 22.9%, 8.6% 증가했다.

다만 수출 증가율은 로이터 예상치 20.1%에 못 미쳤다. 수입 증가율 역시 예상치 19.6%를 밑돌았지만 수출 쪽 부진이 더 컸던 탓에 무역적자가 예상보다 확대됐다.

9월 원유 통관단가는 ㎘당 9만9432엔으로 6월보다 약 15.5% 낮아졌다. 계절조정 기준 무역적자도 전월보다 12.1% 줄었다. 다만 통관단가는 계약과 선적, 운송을 거쳐 시차를 두고 반영되므로 이를 9월 국제유가 급등과 같은 시점의 흐름으로 볼 수는 없다.

반대 위험은 중동 공급 불안과 엔저의 장기화다. 일본은행 집계에서 9월 엔화 기준 수입물가는 전년보다 24.5% 상승했고, 석유·석탄·천연가스는 전년보다 43.6%, 전월보다 0.9% 올랐다. 높은 수입비용이 기업 조달가격과 소비자물가로 번지면 일본은행의 금리 판단과 가계 구매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백승호

백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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