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동자동 쪽방촌 공공주택지구 지정…2150호 공급

서울역 11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도 채 안 되는 골목. 빌딩숲 사이로 낡은 건물과 한두 평 남짓한 쪽방이 빽빽하다. 헤럴드경제가 지구 지정일인 21일 만난 현지 중개업자는 2021년 공공개발 발표 뒤 거래가 사실상 멈췄다고 말했다.

다만 국토부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한 사업지 내역에는 동자동 19-8이 2024년 4억4000만원, 19-69가 2025년 5억2000만원에 신고돼 거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쪽방 주민이 기다린 새집의 달력은 2021년 제시된 2026년 입주 목표에서 2032년 목표로 넘어갔다.

서울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위치도와 조감도

서울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위치도와 조감도안. 조감도는 추후 변동될 수 있다. 자료=국토교통부.

5년8개월 만에 넘은 첫 문턱

국토교통부는 21일 용산구 동자동 4만7573.9㎡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고시했다. 공공주택 특별법 제6조상 지정권자는 국토교통부장관이며, LH는 사업시행자로 공공임대 1000호와 공공분양 1150호 등 2150호를 공급한다. 2029년 착공과 2032년 준공·입주가 목표다. 기존 쪽방 거주자에게는 전용 21㎡ 이상 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한다. 국토부 발표

하지만 지구지정은 착공 확정이 아니라 지구계획·보상·이주를 시작할 법적 문턱이다. 2021년 정부 계획은 공공임대 1250호, 공공분양 200호, 민간분양 960호 등 2410호를 짓고 2023년 착공과 2026년 공공주택 입주를 목표로 제시했다. 당시 계획보다 전체 물량은 260호, 공공임대는 250호 줄었지만 최근 발표는 조정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5년을 삼킨 수용·보상 갈등

첫 일정이 틀어진 곳은 공사장이 아니라 지구지정 전 단계였다. 2021년 정부는 쪽방 세입자의 재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수용·사용 방식의 공공개발을 택했고, LH·SH가 공동 사업시행자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협의가 안 되면 수용 절차로 갈 수 있어 토지·건물 소유자들은 사전협의 부족과 보상액, 새 아파트로 돌아올 권리를 문제 삼으며 민간재개발을 요구했다.

갈등은 단순한 찬반으로 묶기 어렵다. 쪽방 주민과 지원단체는 저렴한 공공임대와 임시거처를 요구했고, 공공개발을 지지한 소유자도 있었다. 반면 민간개발위원회는 올해 4월 소유자 417명 중 약 62%가 민간방식에 찬성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부가 확인한 동의율이 아니라 단체 자체 집계다. 중앙일보 보도

결국 2021년 안에 끝낼 목표였던 지구지정은 발표 5년8개월 뒤 이뤄졌다. 공식 자료는 지구지정이 완료되지 않은 채 사업이 장기간 지연됐다는 데까지만 확인한다. 소유자 반발과 보상 논란이 일정 지연에 큰 영향을 줬다는 평가는 공개된 일정과 갈등 경과를 종합한 분석이다.

법을 고치고 보상 선택지를 넓혔다

정부는 사업 틀을 뒤늦게 보강했다. 2023년에는 보상 협의에 응해 지구 안 토지·건축물 전부를 양도하는 소유자가 현물보상을 원할 경우 공공주택사업자가 현물보상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뒀다. 소유자의 신청만으로 주택 보상이 확정되는 권리는 아니다.

올해 1월 국회를 통과한 주택법 개정안은 2월 3일부터 시행돼 쪽방촌 공공주택사업을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높은 임대 비율로 사업성이 낮고 현물보상 주택이 일반분양보다 비싸지는 역전 문제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국토부 설명

지난달에는 민간참여 지침을 고쳐 공공시행자와 민간 건설사업자가 쪽방 사업을 공동 시행할 때 적용할 세부 절차를 마련했다. 현물보상 분양권 양도 세제 지원과 보상 지위 1회 승계는 추진 중이고, 이익공유형 주택 현물보상은 11월 도입 예정이다. 아직 확정·시행된 혜택으로 볼 수 없다. 국토부 설명

2032년도 아직 ‘목표’다

쪽방 거주자에게는 취사시설과 욕실·화장실, 냉난방시설을 갖춘 공공임대가 우선 공급되고 공사 중 임시거처도 제공된다. 그러나 임시거처의 위치·물량, 입주 기준과 임대조건은 후속 계획에서 구체화해야 한다. ‘우선 공급’을 곧바로 전원 입주 확정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보상가격과 소유자 수용성도 남았다. 지구계획 승인, 보상협의와 필요시 수용재결, 이주를 거쳐야 2029년 첫 삽이 가능하다. 이번 고시는 5년간의 정책 정지를 끝냈지만 갈등을 끝낸 고시는 아니다. 2032년 입주 목표의 첫 시험대는 조감도가 아니라 보상표와 임시거처 계획이다.

문지호

문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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