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일부터 노후계획도시정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예비사업시행자 제도가 선도지구를 넘어 1기 신도시 전체 노후계획도시로 확대된다. 지난해 말 선도지구 13개 구역에 한해 시범 운영되던 제도가 법제화되면서,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5개 신도시 전 구역이 적용 대상에 들어간다.
관건은 이 확대된 제도 아래서 실제로 어느 단지가 LH·신탁사와 먼저 손을 잡느냐다. 개정 전에도 사실상 선점 경쟁은 시작됐고, 분당·산본은 LH가, 일산은 신탁사가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개정안의 핵심은 절차 통합이다. 예비사업시행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토지등소유자 동의를 받으면 특별정비계획 수립 절차 없이 곧바로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제안할 수 있다. 구역 지정과 사업시행자 지정도 동시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신탁사가 예비사업시행자인 경우,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를 받으면 그 동의가 정비사업계획 인가 신청 동의로도 의제 처리된다. 동의서를 다시 걷는 단계 하나가 통째로 빠지는 셈이다. 주민대표단 설립과 예비사업시행자 지정처럼 목적이 겹치는 절차의 동의서도 한 장으로 갈음할 수 있게 특례가 신설됐다.
재건축·리모델링 사업은 주택단지별 구분소유자 과반수 동의를 새로 요구한다. 여러 단지가 묶인 통합정비 사업에서 특정 단지가 소외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실제 진행은 법 시행보다 한발 앞서 있다. LH는 지난해 6월 분당 목련마을(6월20일)·산본 9-2구역(6월17일)·산본11구역(6월30일)에서 예비사업시행자로 지정됐다. LH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세 구역에서 나오는 물량은 기존 대비 3,239호 증가한 규모다.
이 가운데 산본 9-2·11구역은 지난해 12월 24일 특별정비구역 지정까지 마쳤다. 1기 신도시 중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첫 사례다. 산본 9-2구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올해 5월 19일 군포시로부터 사업시행자 지정·고시까지 받았다. 분당 목련마을은 아직 예비사업시행자 지정 단계에 머물러 있다.
LH는 신도시 재정비를 전담할 ‘신도시정비처’도 신설했다. 산본은 LH 단독 트랙, 분당은 LH와 신탁사 트랙이 병행되는 구도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분당 일부 구역은 조합·신탁·공공시행 방식을 놓고 여전히 저울질 중이다.
일산에서는 한국토지신탁이 지난해 10월 2일 고양시청으로부터 후곡마을 통합재건축 예비사업시행자로 지정받았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대상은 현대·금호한양·동아서안임광·건영 4개 단지, 기존 2,564가구·21만여㎡ 규모로, 재건축 후에는 약 5,000가구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한국토지신탁은 분당 양지마을, 부천 은하마을에 이어 후곡마을까지 세 번째로 1기 신도시 예비사업시행자 지정을 따냈다. 다만 일산의 다른 구역들은 아직 사업 방식조차 정하지 못한 곳이 많아, 후곡마을을 제외하면 진행 속도 차가 크다.
절차 단축은 양날의 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분당 양지마을은 지난해 6월 한국토지신탁과 업무협약을 맺었지만, 최근 신의성실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협약이 해지됐다.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신탁사 교체 과정에서 재건축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예비사업시행자 지정 동의가 사업계획인가 신청 동의로까지 의제되는 만큼, 초기 단계에서 시행자를 잘못 고를 경우 되돌리는 비용이 커진다. 절차가 짧아진 만큼 주민대표단이 시행자 선정에 들이는 검증 시간은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는 게 업계 평가다. 8월 4일 이후 나머지 4개 신도시 구역들이 LH와 신탁사 중 어느 쪽을 택하는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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