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2028년 IPO’ 로드맵 재점화…스테이블코인 룰 확정 전 ‘제도권 신뢰’ 포석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2028년 기업공개(IPO) 완료를 목표로 한 3단계 로드맵을 8월 3일 공개했다. 올해 안에 내부통제 체계를 금융회사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로 전환한 뒤, 2027년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해 2028년 실제 상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경향게임스·이투데이 8월3일 보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가운데 대형 상장에 처음 도전하는 사례라는 사실 자체는 이미 여러 매체가 보도했지만, 이 시점에 로드맵을 다시 꺼낸 배경은 따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세 번째 도전, 지배구조는 여전히 복잡하다

빗썸의 IPO 시도는 이번이 세 번째다. 2020년 첫 상장 추진 당시엔 증시에 입성한 가상자산거래소 선례 자체가 없어 시장이 낯설어했다(허핑턴포스트코리아). 이후엔 빗썸 자체의 문제, 특히 다층적 지배구조가 발목을 잡았다. 전자신문에 따르면 빗썸의 최대주주는 지주사 빗썸홀딩스(지분 73.56%)이고, 빗썸홀딩스의 최대주주는 특수목적법인 디에이에이(34.20%), 그 위에 싱가포르 법인 BTHMB홀딩스(48.53%)가 있다. 실질 지배관계를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게 IPO 심사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된 대목이다.

내부통제 신뢰도 문제도 아직 진행형이다. 지난 2월 빗썸은 랜덤박스 이벤트에서 1인당 2천~5만 원 상당 보상을 지급하려다 담당 직원이 지급 단위를 ‘원’ 대신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하는 사고를 냈다. 랜덤박스를 구매한 695명 가운데 실제로 박스를 개봉해 오지급을 받은 계정은 249개였고, 잘못 지급된 비트코인은 총 62만 개로 당시 시세(9800만 원대)를 적용하면 약 60조7600억 원 규모다(포쓰저널). 빗썸은 20분 만에 이상을 감지해 거래·출금을 차단했고 99.7%인 61만8212개를 즉시 회수했지만, 일부 이용자가 받은 코인을 즉시 매도하면서 거래소 내 비트코인 가격이 일시적으로 8111만 원까지 급락했다(머니투데이). 서울경제는 IB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대규모 사고가 나 경영과 사업의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당분간 IPO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설령 상장 예심을 신청하더라도 한국거래소의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왜 하필 지금인가

주목할 지점은 타이밍이다. 정부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국회에 제출하는 절차를 밟고 있고, 그 안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이 ‘발행 주체를 누구에게 줄 것이냐’다. 한국은행은 시중은행이 지분 51% 이상을 쥔 컨소시엄만 발행을 맡아야 한다는 ‘은행 중심 발행’ 원칙을 일관되게 주장해왔고(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도 같은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굿모닝경제·인베스트조선). 다만 금융위원회는 “은행 지분 51% 이상 컨소시엄 허용 등을 구체적으로 확정한 바 없다”며 아직 조문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글로벌경제신문).

이 구도에서 거래소 업계는 ‘은행만큼 신뢰할 수 있는 사업자’라는 걸 증명해야 발행 참여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빗썸이 IPO 준비 과제로 내세운 게 하필 “제도권 금융회사 수준의 리스크 관리 체계”, “K-IFRS 전환”, “적극적 정보공개”인 것도 이 맥락과 맞닿아 있다. IPO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발행주체 룰이 국회에서 확정되기 전에 “우리는 이미 금융회사 수준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를 규제 당국과 국회에 먼저 보내두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상장 전 이해상충 소지를 줄이겠다며 빗썸어셋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한 조치도 같은 맥락이다.

하방 리스크

다만 이 해석에는 전제가 있다. 첫째, 디지털자산기본법 자체가 아직 국회에 제출도 되지 않은 법안이라는 점이다. 발행주체 조항이 법제화 과정에서 은행 중심으로 굳어지면, 빗썸이 아무리 제도권 신뢰를 쌓아도 발행 참여 자체가 원천 차단될 수 있다. 둘째, 빗썸은 이미 두 차례 상장을 접은 전력에 더해 올해 초 대규모 오지급 사고까지 겹친 상태라, 한국거래소가 경영 안정성 심사를 더 까다롭게 볼 공산이 크다. 셋째, 빗썸 스스로도 “일정은 시장 상황과 금융당국 심사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2028년이라는 목표 연도는 확정이 아니라 계획이라는 뜻이다. IPO 로드맵이 곧 스테이블코인 발행권 확보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엔, 넘어야 할 변수가 아직 많다.

백승호

백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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