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4개월째 100%대…전국은 1년4개월 만에 최저

헤럴드경제·뉴스1 보도를 보면, 지난달 서울 송파구 문정동 문정시영 아파트 한 채가 감정가 8억원 경매에 나와 응찰자 40명이 몰린 끝에 13억12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보다 5억원 넘게 더 써낸 값에 새 주인을 찾은 것이다. 같은 시기 지방에서는 감정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값에 낙찰되는 물건이 속출했다.

한국경제·뉴스1·이데일리가 지지옥션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7월 경매 통계를 보면, 서울과 지방의 온도차가 통계로 뚜렷하게 갈렸다. 서울은 실수요가 몰리며 감정가를 웃도는 낙찰이 이어진 반면, 지방은 물건이 쌓이는데도 응찰자가 붙지 않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났다.

서울, 4개월째 감정가 넘겨 낙찰

7월 서울 아파트 경매 평균 낙찰가율은 101.0%를 기록했다. 지난 4월부터 넉 달 연속 100%를 넘긴 것이다. 낙찰률(매각률)도 38.3%로 전월 34.0%보다 4.3%포인트 올랐고, 경매 진행 건수는 180건으로 전월 150건보다 20% 늘며 3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물건이 늘어도 응찰 경쟁이 식지 않았다는 뜻이다. 특히 감정가 15억원 이하 아파트 중 리모델링·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단지에 고가 낙찰이 몰렸다.

’15억 라인’에 몰리는 이유

핵심은 대출 규제선이다. 현행 규제상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까지 대출이 나오지만, 15억원을 넘어서는 순간 한도가 4억원으로 뚝 떨어진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15억원 이하 물건이 대출을 가장 많이 끌어쓸 수 있는 구간인 셈이다.

여기에 전월세 매물이 줄면서 살 곳을 구하지 못한 수요가 매매·경매 시장으로 옮겨간 영향도 겹쳤다. 그 결과 서울 외곽 중저가 단지의 가격이 15억원 선으로 수렴하는 ‘키 맞추기’ 장세가 뚜렷해졌고, 정작 15억원을 훌쩍 넘는 강남권 고가 단지는 응찰자가 오히려 줄어드는 양극화가 함께 나타났다.

지방은 물건만 쌓인다

전국으로 넓히면 그림이 달라진다. 7월 전국 아파트 경매 평균 낙찰가율은 85.4%로 전월보다 1.5포인트 내려 지난해 3월 이후 1년4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반면 전국 경매 진행 건수는 3755건으로 올해 최다치를 찍었고, 전국 낙찰률도 37.3%로 전월보다 3.8포인트 올랐다.

물건과 낙찰률은 늘었는데 낙찰가율만 떨어졌다는 건, 싼값에라도 팔려는 물건은 늘고 그 값을 제값에 받아주는 응찰자는 줄었다는 뜻이다. 지역별로는 울산이 78.7%로 전월보다 16.0포인트나 급락해 2023년 7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고, 부산도 78.8%로 8개월 만에 70%대로 내려앉았다. 제주는 46.1%까지 주저앉았고, 강원만 83.8%로 전월보다 12.1포인트 올라 예외적인 흐름을 보였다.

왜 지방만 식었나

원인은 미분양 누적과 경매 물량 증가가 겹친 데 있다. 대구·부산·울산 등은 신규 분양 단지의 악성 미분양이 쌓이는 와중에 기존 아파트마저 경매로 쏟아지면서, 매수자 입장에서는 급할 게 없는 시장이 됐다. 감정가를 다 쳐줄 이유가 없으니 유찰을 기다렸다가 반값 수준에 줍는 선별 매수만 늘어나는 구조다.

수도권 안에서도 온도차가 감지된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감정가의 절반 수준에 낙찰되는 사례가 보도되면서, 서울-지방 구도가 아니라 ‘서울 중저가 vs 그 외 전부’로 시장이 쪼개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출 규제가 만든 15억원 라인이 서울 안에서는 수요를 끌어모으는 자석이 됐지만, 지방에서는 그 자석이 붙잡을 실수요 자체가 줄어든 셈이다.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서울 중저가 단지의 경매 경쟁은 당분간 완화되기 어렵다. 반대로 지방은 낙찰가율이 더 내려가기 전에 급매물부터 정리하려는 매도자와, 바닥을 더 기다리려는 매수자 사이의 눈치싸움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문지호

문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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