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스테이블코인 ‘은행 51%룰’ 고수…금융위는 개방형에 무게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에 은행이 지분 50%+1주, 이른바 ‘51%룰’을 넘겨야 발행을 인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의 최대 쟁점이 8월 현재까지도 풀리지 않고 있다. 이투데이·인사이트코리아 등에 따르면 여야는 올 초 설 연휴 전 법안 발의를 목표로 삼았지만 51%룰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자본금 요건(50억원 이상)과 인가 방식(합의제)만 먼저 정리한 상태다.

한국은행은 은행이 자본·외환 규제를 이미 촘촘히 받고 있고 중앙은행 관리 체계 안에 있어 통화·금융 안정을 지킬 수 있다는 논리로 컨소시엄 과반 지분을 요구해왔다. 금융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은 반대 입장이다.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못 박으면 핀테크·IT기업의 혁신이 위축된다는 우려에서다. 파이낸셜투데이는 이 대목에서 금융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본금 요건은 50억원 이상으로 가닥이 잡혔다. 스테이블코인이 전자화폐와 성격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화폐업 자본금 기준을 그대로 가져온 결과다. 인가 방식도 한국은행이 요구한 만장일치제 대신, 금융위원장·한은 부총재·기획재정부 차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이 협의하는 합의제로 정리됐다. 반면 발행 주체의 지분 구조, 즉 51%룰 자체는 여러 차례 논의에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뉴스토마토는 전했다.

핀테크사가 컨소시엄에 출자해 지분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현행 전자금융거래법과 전자금융업감독규정상 규제 근거가 없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비즈워치는 보도했다. 이 때문에 카카오뱅크는 은행권과 서둘러 손잡기보다 카카오그룹 내 연계를 강화하는 쪽을, 토스는 최대주주가 되기보다 최소 지분만 확보해 더 많은 사업자를 끌어들이는 전략을 택했다고 ZDNet Korea는 전했다. 우리금융·NH농협금융은 카카오 측 협업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51%룰이 그대로 확정되면 은행권 컨소시엄이 발행을 주도하고 빅테크는 유통·결제 연계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개방형에 가깝게 정리되면 카카오페이·토스 같은 핀테크가 발행 주체로 직접 경쟁할 길이 열린다. 은행권이 이미 물밑에서 컨소시엄 구성을 서두르는 것도 이런 갈림길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국회 정무위 구성 이후 2단계 법안을 올 하반기 중 제출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애초 올 1월로 잡았던 제출 목표가 이미 한 차례 밀린 전례가 있다. 51%룰 같은 핵심 쟁점이 반년 넘게 풀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하반기 제출 목표 역시 재차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사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결제·송금 수요를 먼저 잠식할 위험도 여전히 남아 있다.

백승호

백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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