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규제지역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막은 ‘4·1 대출 규제’가 지난 4월 17일 시행돼 넉 달째를 맞았다. 시행 후 두 달 반(6월 30일 기준) 동안 은행권이 회수한 대출액은 2000억원을 넘어섰지만, 정작 서울 아파트 매물은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었다. 금융위·은행권 집계와 아실 통계를 뜯어보면 회수 실적과 매물 감소 사이에 정부가 기대한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드러난다.
회수액 2038억, 상환율은 35.9%
정부는 지난 4월 1일 수도권 25개 구·시군과 과천·분당 등 규제지역에서 아파트 2채 이상을 보유한 개인·법인 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만기가 도래한 주택담보대출의 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4월 17일부터 적용된 이 조치의 대상 규모는 총 4조1000억원, 약 1만7000채다. 이 중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일시상환 주담대만 2조7000억원, 약 1만2000채 수준이다.
파이낸셜뉴스가 금융위원회와 은행권 집계를 확인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4월 17일부터 6월 30일까지 개인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회수된 대출 규모는 2038억원이다. 같은 기간 만기가 도래한 5676억원 가운데 35.9%가 상환 완료됐고, 임차인이 있는 등 예외 규정이 적용돼 만기가 연장된 대출은 3315억원으로 집계됐다. 상환액과 연장액을 더하면 5353억원으로, 만기 도래액 5676억원과 323억원 차이가 난다. 원 보도에는 이 차액의 처리 내역이 나와 있지 않다. 금융권은 이를 두고 시행 초기 예상보다 회수 속도와 규모가 빠르다고 평가했다.
서울 매물, 넉 달 새 1만6000건 넘게 줄었다
문제는 매물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 집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규제 발표 직전인 4월 1일 7만7772건에서 8월 1일 6만1520건으로 줄었다. 넉 달 새 1만6000건 넘게 감소한 수치다. 같은 아실 집계로 7월 6일 기준 서울 매매 매물은 6만1432건으로, 2개월 전(5월 6일) 7만403건보다 12.8% 줄었고 전년 동기보다는 1만5588건(20%) 감소했다. 강북구(-53.9%), 성북구(-53.3%), 중랑구(-52.4%) 등 외곽 자치구의 감소 폭이 특히 컸다.
정부가 애초 기대한 그림과는 정반대다. 금융당국은 대출 만기 연장이 막힌 다주택자들이 대출 부담을 못 이겨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회수 실적이 쌓이는 동안 매물은 오히려 잠겼다.
매물 감소, 대출규제 때문이 아니다
전문가들의 설명은 대출 규제와 매물 감소를 직접 연결하는 데 회의적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주택자들이 갚아야 하는 대출금이 부담돼야 매물을 내놓을 텐데, 만기일시 주담대를 받은 다주택자들의 담보금이 애초에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입자 보증금을 올려 받거나 보유 주식을 처분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상환을 끝낸 경우가 많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매물 감소의 실제 원인으로는 5월 10일부터 재개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더 크게 지목된다. 유예 기간은 5월 9일 종료됐고, 그날까지 계약금을 지급한 거래에 한해 예외가 인정됐다.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가 가산되면서 다주택자들이 낮은 가격에 파느니 버티는 쪽을 택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7월 세제 개편이 끝나면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고 결국 매물을 거뒀다”고 전했다. 대출 규제와 매물 감소가 같은 시기에 겹치면서 인과관계처럼 보였을 뿐, 실제로는 세제 변수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풍선효과, 비주택 투자만 위축됐다
부작용도 나타났다. 주택을 공동담보로 잡아 비주택 대출을 받았던 임대사업자들이 그 대출마저 막히면서, 상가·오피스텔 등 비주택 투자가 함께 위축됐다는 게 은행권의 진단이다. 규제가 겨냥한 주택 매물 출회보다 비주택 투자 위축이라는 부수 효과가 먼저 나타난 셈이다.
전세 시장도 흔들렸다. 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서울 전세 매물은 1~4월 사이 31.8% 급감했고, 월세 거래 비중은 70.3%까지 올라 최근 5년 평균(56%)을 크게 웃돌았다.
정부는 완화 계획 없다는 입장
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대출 연장 금지 조치를 완화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순환적 가계부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매물 출회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예외 규정만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수 실적이라는 숫자와 매물이라는 숫자, 두 지표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지금이야말로 정책 효과를 재점검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댓글 남기기